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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는 단 한 차례도 정량적인 자료를 제출한 적이 없습니다.”
지난달 30일 행정안전부가 부산시에 해운대구 마린시티 앞 호안에 ‘기립식 차수벽’을 제안했다는 얘길 듣고 행안부에 왜 방파제로 결정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물었다. 부산시는 2016년부터 5년가량 줄곧 방파제 설치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의 위와 같은 답변은 기자의 귀를 의심케 했다. 부산시에 물었다. 답은 달랐다. 시에는 마린시티 앞 해안에 차수벽, 방파제, 전체 매립 등 3가지 방재 방안을 실험·비교검토한 자료가 있었고 행안부에도 이 내용은 제출됐다. 행안부가 거짓말 한 것이다.
행안부는 지난 5년간 줄곧 방파제 설치를 반대했다. 마린시티 매립 계획에는 방파제 설치 계획이 없고 전례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매립지인 마린시티는 매립기본계획에 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부산시의 방재 실험 결과를 보기 전까지는 행안부의 논리에 문제가 없어 보였다. 수차례 부산시를 설득한 끝에 3장 분량의 실험 결과를 받았다. 결과는 분명했다. 부산시가 지난해 연구용역을 한 결과에 따르면 방파제가 차수벽보다 월파량을 7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결과(부산일보 13일자 5면 보도)였다.
용역 결과를 보면 행안부가 내놓은 논리는 행정 편의주의, 안전 불감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7배나 더 안전한 시설이 있는데 매립계획이나 전례는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다. 월파 방지 기능으로 국내 설치 사례가 없는 기립식 차수벽은 전례가 없어도 괜찮은지 묻고 싶다. 마린시티 앞 강한 파도를 기립식 차수벽이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도 부산시 용역 결과에 힘을 보탠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는 ‘갑을관계’다. 예산문제서 지자체는 명확한 을이다. 행안부가 예산을 주지 않으면 방파제, 차수벽 모두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가 전향적으로 기립식 차수벽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갑을관계에서 나온 ‘울며 겨자 먹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방재시설 설치에서 부산시는 을이 돼도 시민이 을이 돼서는 안 된다. ‘갑을’ 같은 역학관계나 이해관계를 넘어 면밀한 검토, 설계를 거쳐 보다 안전하고 보다 튼튼한 방재 시설이 마린시티에 들어서야 한다. 시민의 안전은 차선책이 아닌 최선책으로 보장돼야 한다. jundrag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