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Name)
e-메일(E-mail)
이름(Name)
e-메일(E-mail)
이름(Name)
e-메일(E-mail)
“전혀 예상 못 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부산대 창업팀 ‘벤더스터’ 직원은 모두 ‘비상 근무’ 중이다. 최근 오전 9시부터 하루 12시간 동안 부산 금정구 한 공장에 살다시피 한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가까운 편의점 라면이나 중국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운다.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 때문이다.
‘마스크 자판기’ 창업 아이템을 추진 중인 스타트업 ‘벤더스터’가 코로나19 ‘마스크 대란’을 해소할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성공할 수 있을까.
벤더스터는 당장 국내 첫 ‘키오스크형 마스크 전용 자판기’를 일정보다 두 달 빨리 만들기로 했다.
■ 생소한 ‘마스크 자판기’, 누구냐 넌
말 그대로 돈을 넣으면 마스크가 나오는 자판기다. 투박한 겉모습과 달리 아주 똑똑하다. 마스크 자판기 앱이나 웹을 통해 자판기 위치, 마스크 수량을 소비자가 볼 수 있다.
가격은 실시간 시세. 미세먼지 농도,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확산 정도를 반영해 자동으로 바뀐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가 ‘나쁨’ 또는 ‘매우 나쁨’일 때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다운’된다.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코로나19 사태로 ‘금스크(금+마스크)’ 구하기 전쟁이 펼쳐지면 비싸진다. 수요 정도를 떠나 마스크 수급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필요한 정보는 기상청 등의 정부 공공데이터를 받아 쓴다. 자판기 위에는 LED등이 달려 ‘파란색’ ‘빨간색’ 등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표시한다.
자판기 상단에는 영상을 송출하는 32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코로나19와 같은 사태가 터졌을 때는 손 씻기 등 전염병 예방법, 확진자 경로 등의 영상 표출이 가능하다. 평소에는 공익광고, 지자체 홍보 영상, 지역 기상도 등도 넣을 수 있다.
■ ‘마스크 대란’ 재발 막을 수 있나
마스크 자판기의 최대 장점은 ‘비대면 구매’다. 코로나19 사태처럼 전염병이 돌 때, 되도록 사람들과 접촉 없이 마스크를 살 수 있다. 지금처럼 감염 우려를 무릅쓰고 약국, 우체국, 하나로마트 등에 줄 서지 않아도 된다. 앱으로 실시간 재고량을 볼 수 있어 ‘헛걸음 방지’도 가능하다. KF94, KF99 등 상황에 맞게 오염물질 차단율도 골라 마스크를 살 수 있다.
비대면이지만, ‘불법 사재기’ 방지 기술도 구현한다. 지자체와 협약으로 일부 개인정보가 제공되면, 1일 2장 등의 방식으로 구매 제한을 할 수 있다. ‘QR인증’을 통한 본인인증 기술 접목도 추가할 수 있다. 9일부터 시행된 ‘마스크 5부제’도 적용 가능한 셈이다.
한계점도 있다. 역시 마스크 수급이 문제다. 코로나19와 같은 사태가 재발해 자판기 구입처에서 충분한 양의 마스크를 공급하지 못하면, 자판기가 ‘빈 통’이 될 수 있다. 실시간 가격이 변하는 점을 노려 마스크를 싼값에 사 되파는 ‘전매’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벤더스터 이현택(27·부산대 기계공학부 졸) 이사는 “자판기 구입처가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 우리 회사에서 안전한 물량을 확보해 공급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며 “전매 문제는 실시간 가격 변동 옵션을 삭제하거나 개인 구매량을 통제하는 등의 조치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언제, 어디부터 도입되나
당초 첫 제품 출시는 올 6월로 예정됐다. 국내 한 시 단위 지자체가 자판기 10대를 도입하겠다고 희망해 6월 중 완성품을 보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작업을 재촉했다. 비대면 마스크 공급 요구가 빗발치면서 활용성이 높은 자판기를 조기 공급하기로 했다. 제작 시기를 두 달 앞당겨, 4월 중순쯤 완성품을 만들 계획이다. 이후 KC 인증마크 심사만 끝나면 첫 출시가 이뤄질 전망이다.
설치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자체가 구입하는 만큼 해당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 위주로 우선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벤더스터 측은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아직 구체적으로 어느 지자체인지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좌충우돌 창업기
마스크 자판기는 부산대 기계공학부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2018년 키오스크(무인 주문기)가 점차 확산하면서, 이를 환경·위생 등 사회적 문제에 접목해 보기로 한 것이다. 특히 당시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경보’가 울리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극에 달했었다.
이에 학생들은 마스크를 키오스크로 공급해보자고 착안해 발랄한 이름을 내세운 창업팀 ‘미세 그게 먼지’를 결성했다.
그러나 신생 창업팀의 길은 험난했다. 우선 자본금이 없었고, 기술에 대한 한계점도 금방 찾아왔다. 무게도 없는 작은 마스크를 어떻게 자판기에서 밀어낼 지가 난관이었다. 더구나 기존 자판기 시장을 뚫고 들어갈 영업, 마케팅 전략도 ‘초보 수준’.
그러나 공학도들의 투박하고 끈질긴 도전은 1년여 만에 결실을 맺었다. 지금까지 투입된 2억 5000여만 원의 자본금은 직원들의 사비에다 창업진흥원의 ‘예비창업패키지’ 등 국가지원금을 받아 마련했다. 기술의 한계는 ‘시뮬레이션 테스트 1만 번 ’으로 넘어섰다. 부산시장상, 기상청장상을 비롯해 지난해 11월 일본 창업발표회에서 ‘미·일대사관상’도 받았다.
국가의 도움을 많이 받은 만큼, ‘좋은 일’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최근 코로나19사태가 닥치자 시범사업을 위해 아껴둔 마스크 1000개를 오는 11일 어린이집에 무상 공급하기로 했다.
벤더스터 노주현(27·부산대 기계공학부 졸) 대표는 “힘든 만큼 보람도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우리 이웃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창업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