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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흔한 알레르기 유발 음식은 계란, 우유, 호두, 메밀 등이다. 이에 반해 서양에서는 땅콩, 밀가루, 계란 등이 흔하다. 부산 사람들이 자주 접하는 생선도 알레르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기, 갈치, 대구, 연어를 먹은 후에 알레르기가 자주 일어난다.
음식 알레르기는 먹은 음식물이 면역 반응을 통해 신체에 좋지 않은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증상은 얼굴이나 입술이 붓거나 가렵거나 두드러기가 나는 등 다양하다. 호흡 곤란, 쌕쌕거림, 구토, 쇼크와 같은 전신 증상을 보이는 아나필락시스도 있다. 대부분은 즉시형 반응으로, 원인 식품을 먹고 2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지연형 반응은 다음 날까지 증상이 천천히 나타나며, 아토피피부염과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음식 알레르기는 모든 연령에서 증가 추세다. 유치원에서는 한 반에 1~2명, 초중등학교에서는 한 학년에 1~2명 정도가 식품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
식중독이나 유당 불내성(우유를 마시면 설사하는 것)은 증상은 비슷하지만, 음식 알레르기와는 개념이 다르다.
단백질 구조 비슷 ‘교차반응’ 발생
얼굴·입술 붓거나 두드러기 올라와
섭취 후 다음 날까지 증상 나타날 수도
실수로 먹었다면 즉시 뱉고 입 헹궈야
■알레르기 유발검사로 진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식품에 포함된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20종류 정도의 아미노산이 사슬 모양으로 연결되어 구성된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IgE 항체는 아미노산 구조에 맞춰 만들어진다.
A 식품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IgE 항체는 B 식품에도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A와 B의 단백질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이며, 이를 교차반응이라고 한다. 새우를 먹고 알레르기가 생긴 사람은 가재를 먹은 후에도 알레르기가 잘 생긴다는 뜻이다. 견과류나 갑각류, 어류, 과일에서 교차반응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음식 알레르기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피해야 할 음식과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결정하기 위해 아주 중요하다. 의심이 가는 음식을 정확한 진단 없이 무조건 피하면, 성장 발달에 필요한 충분한 영양을 공급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스트레스나 가족 간, 심리적, 경제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식품 알레르기가 있다고 진단하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특정 음식물을 섭취하거나 접촉한 후에 증상이 발생하고 그것이 반복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혈액 검사나 피부 검사를 통해 면역학적 메커니즘이 증명되어야 한다. 하지만 반응이나 수치가 크더라도 증상이 안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부산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황윤하 과장은 “음식 알레르기를 진단할 때 가장 확실한 검사는 유발 검사이다. 알레르기 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에서 응급 처치가 가능하도록 대비한 후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원인이 의심되는 음식을 조금씩 늘여가며 15~30분 간격으로 먹여보는 검사다. 주로 외래에서 시행하지만 심한 증상이 예측되는 경우에는 입원해서 하기도 한다. 유발 검사는 이전에는 피해야 했던 음식을 이제는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리나 가공을 통해 먹을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양까지 먹을 수 있는지 등의 확인을 위해 시행하기도 한다.
■가공식품 알레르기 유발물질 표시 확인을
음식 알레르기 치료는 일상적인 식사 요법과 증상이 나타났을 때 대응으로 나눌 수 있다.
식사 요법의 기본은 정확한 진단을 근거로 알레르기 식품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식품 제한이 결정되었다면 원재료뿐 아니라 조리 때 조리기구에 묻어있거나 우연히 첨가되는 것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가공식품은 원재료에 알레르기 식품을 포함한 표시 제도가 의무화되어 있어 꼭 살펴보아야 한다. 현재 21개 품목이 표시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는 급식이나 식품과 관계된 활동에서 배려가 필요하다. 알레르기에 민감한 아이는 입학이나 새 학기 전에 식품 알레르기에 대한 상담을 받거나 증상이 나타났을 때 행동 요령을 알아두는 것이 안전하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알레르기 음식을 실수로 먹게 될 때가 있다. 그래서 오히려 실수로 먹게 되는 상황에 대비해두는 것이 낫다.
식품 알레르기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당황하지 말고 잘 관찰하면서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 원인 식품을 정말로 먹었는지 확인하고, 입안에 남아있다면 즉시 뱉고 헹궈야 한다. 하지만 무리하게 억지로 토하게 해서는 안 된다. 옆으로 누워 숨쉬기 편하게 하고, 다리를 들어준다. 근처에 도와줄 사람을 찾고, 증상이 가벼운 피부 증상 정도라면 항히스타민약을 먹인다. 전신적 증상이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의 경우에는 휴대용 에피네프린 주사를 즉시 주사하고, 바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구강 알레르기와 운동유발성 아나필락시스
특수한 음식 알레르기도 있다.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이 여기에 해당한다. 과일을 먹고 난 후, 목 안에서 이물감이나 가려움을 느끼거나 붓는 증상이 주로 이에 해당한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꽃가루와 비슷한 단백 구조를 가진 과일, 채소, 견과류에도 반응을 일으킨다. 자작나무 꽃가루와 단백질 구조가 비슷한 사과, 복숭아에서도 알레르기가 흔하다. 조리나 가공을 하게 되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힘이 약해지므로, 생과일이 아니면 증상이 드물게 나타난다.
다음은 식품 의존성-운동유발성 아나필락시스이다.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먹고 나서 운동을 했을 때야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한다.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밀이나 갑각류로 된 음식을 먹고 바로 운동을 하면 몸에 두드러기가 나거나 호흡곤란이 생기곤 한다. 심할 경우 혈압도 떨어지고, 의식도 처질 수 있다.
황윤하 과장은 “식품 알레르기에 대한 진단과 치료법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알레르기 원인 식품을 가공해서 소량씩 먹이는 경구 면역요법과 피부를 통해 주입하는 경피면역요법 등의 치료법이 개발 중이다”고 말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