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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세간의 이목을 끈 ‘덮죽덮죽’ 사태. 프랜차이즈 음식점 ‘덮죽덮죽’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포항 덮죽집의 레시피와 메뉴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었고, 많은 누리꾼이 비판을 쏟아냈다. 결국 본사 이상준 대표는 표절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했다.
최근 부산에서도 '제2의 덮죽덮죽’ 사태가 일어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5일 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지난 5월 30일 ‘겐짱카레’ 요시다 켄지(71) 사장이 작성한 글이 재조명 되고 있다. 당시 켄지 사장은 “함께 일하던 직원이 몰래 상호명과 로고 등을 자신의 명의로 상표 등록해 사용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해당 직원이 방송에서 자신의 딸이라고 사칭하는가 하면 서면 등지에 체인점을 내 장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6년 중앙동에서 오픈한 겐짱카레는 일본인 부부가 부산에 터전을 잡아 운영하는 일본식 카레 식당으로 유명하다. 본지 2007년 10월 4일자 25면 보도 이후에도 방송에 수차례 소개된 바 있다.
켄지 사장의 호소문은 '제2의 덮죽덮죽 사태'로 인터넷을 통해 뒤늦게 확산되면서 누리꾼의 공분을 낳고 있다. 특히 “상표를 빼앗았다”며 직원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게에 ‘별점테러’와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SNS에는 지상파 방송에 켄지 부부의 딸로 출연했던 직원 미치코(36) 씨와 남편 이강민(49) 씨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양 측 주장에는 직원 성추행 혐의를 비롯해 예상치 못했던 사연들이 담겨 있다.
“직원들이 몰아내려 성추행 등 신고…극심한 스트레스”
켄지 사장은 아직 한국어가 서투르다. SNS에 쓴 피해 호소문도 단골 한국인 손님이 대신 써 준 것이라고 한다. 이후로도 피해를 호소하는 전단지를 제작해 돌리는 등 애썼지만 아직까지 해결된 것은 없다고 토로했다.
일본인인 켄지 사장은 당시 “지금 제가 겪고 있는 고통을 겐짱카레를 사랑해 주시는 고객 여러분들께 알려 드리고 싶다”며 “지금까지 사용하고 쌓아온 겐짱카레 상호를 가게 주방에서 일하던 직원이 몰래 상호명과 얼굴마크까지 본인의 이름으로 상표 등록해 사용한 사실을 뒤늦게 장사하면서 알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직원이 방송을 통해 자신의 딸이라고 사칭하기도 했다며 “저의 가게 상호명으로 ‘겐짱카레 서면점’과 ‘겐짱카레본점(중앙동)’을 오픈해 겐짱카레를 최초 시작했던 가게(중앙본점) 근처에서 버젓이 장사를 하며 저의 카레인생 모든 것을 통째로 빼앗아 가려고 한다”고 호소했다.
또 “마음의 고향인 부산에서 열심히 살면서 인생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공론화를 호소했다.
켄지 사장은 5일 직원들이 자신을 몰아내려 했다는 새로운 주장도 내놨다. 성추행, 마약 투약 등으로 신고를 반복해 경찰 수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중앙본점(겐짱카레 본점·부산 중구 대청로135번길 26)에 손님이 너무 많아 아르바이트생을 4~5명 썼다. 그 중 한국인 여성 직원이 강제로 껴안았다며 성추행 피해를 주장했다. 나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마약 수사관이 와서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경찰서에서 알몸상태로 수색까지 당해야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성추행과 마약은 미치코를 포함한 중앙본점 직원들이 신고를 한 것이다. 직원들이 나를 몰아내려 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고 무서웠다.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실내에서 흡연한다며 신고하기도 했다. 내가 외국인이라는 걸 악용해 출국시키려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켄지 사장은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불려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항상 현금으로만 월급을 줬는데, 노동청에 8개월 간 임금을 체불했다는 신고가 들어갔다. 현금으로만 지급했으니 돈을 줬다는 증거가 없는데, 직원들이 돈을 못 받았다고 주장했다”면서 “결국 노동청이 지급명령을 해 임금 8개월분을 다시 줄 수밖에 없었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직원을 자르려고 ‘이달까지만 일하고 나가라’고 하면 그걸로 또 노동청에 신고를 하곤 했다”고 했다.
“직원에 가게 넘겼다…한글 몰라 장사 어려워”
켄지 사장은 직원들의 담합에 중앙본점에서 일하는 것이 무서웠다며 가게 인수 의사가 있었던 직원 미치코에게 본점을 넘겼다고 했다. 이후 모든 비품 일체를 넘기는 조건과 보증금 300만 원, 월세 200만 원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여기에 ‘레이낑’ 5000만 원도 받았다. 레이낑이란 일본에서 거주지 등을 계약할 때 주인에게 지불하는 일종의 사례금으로, 돌려받지는 못하는 돈이다.
켄지 사장은 현재 중앙본점은 직원들에게 맡기고, 2호점인 남포점(부산 중구 광복로35번길 16-1 2층)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한글을 모르니 장사가 너무 어렵다. 이제 중앙본점에 그냥 넘기려 한다”며 “전산 포스기도 한글로만 되어 있어서 늙은 부부로서는 장사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켄지 사장, 운영 힘들어지자 인수 제안해”
해명을 듣기 위해 중앙동 40계단 인근에서 ‘겐짱카레본점’(부산 중구 40계단길 3)을 운영하고 있는 이강민 사장을 찾아갔다.
그는 직원들이 합심해 켄지 사장을 몰아내려 했다는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사장은 “켄지 사장과 갈등을 겪던 일본인 점장이 마약 투약과 퇴직금 미지급 등을 신고한 것”이라며 “직원들은 주휴수당을 한 번도 받지 못했는데도 노동청 같은 곳에 신고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 사장은 켄지 사장이 경찰 조사를 받는 등 문제를 겪자 직원이자 자신의 부인인 미치코 씨에게 인수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들에 휘말리다보니 외국인인 켄지 사장 측이 사업자를 내 운영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사업자로 비자가 나오다보니 비자에 문제도 생겨 불안해했다”면서 같은 일본인인 미치코에게 가게 인수를 제의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다른 회사에 다니던 이 사장은 일까지 그만두고 부인과 함께 운영을 맡았다. 켄지 사장은 결국 2017년 본점을 넘기고 평소 인력 문제 등으로 유지가 어려웠던 남포점에서 장사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 사장은 켄지 사장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직원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까지 나왔다고 주장했다. 당시 켄지 사장은 성추행 혐의를 극구 부인했고, 직원들은 사장의 부탁으로 탄원서까지 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성추행으로 고소했던 직원이 3명이었다"며 "그 중 1명은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일어난 CCTV 증거가 있었고, 대법원에서 켄지 사장의 유죄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피해자 친구가 지금도 인근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공개적으로 해명하기가 꺼려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켄지 사장의 임금체불에 대해서는 양 측의 주장 모두 사실관계가 다소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임금체불 진정 사건을 담당했던 노동청 관계자는 "사업주가 현금으로만 임금을 지급해 증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임금 지급을 명령하지 않는다"면서 요시다 부부를 피해자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2018년 겐짱카레 근로자들로부터 주휴수당, 야간근무 수당, 시간 외 근무수당 등 미지급 등 다수의 임금체불 진정 사건이 접수된 적이 있다"며 "요시다 부부를 대신해 출석한 한국인 점장을 통해 법 규정을 고지하고 임금을 지급하게 했으며, 이후 근로자들이 처벌을 희망하지 않아 종결됐다"고 설명했다.
“상표 빨리 바꾸고 싶다…단, 보증금 돌려주면”
이 사장은 가게를 인수한 뒤 몇몇 이유로 레시피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일본 츠지 조리학교 출신인 부인 미치코 씨가 레시피를 개발했다. 현재 누리꾼의 비판을 받고 있는 ‘서면점’은 이 사장과 동업자가 함께 차린 것이고, ‘서면 2호점’은 동업자가 추가로 오픈해 운영 중이다. 이들 지점도 중앙본점이 아닌 미치코 씨의 레시피를 공유하고 있다.
켄지 사장은 이들 지점에 대해 “일하던 직원이 상표를 몰래 등록해 차린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오히려 상표를 하루 빨리 넘기고 싶다는 입장이다.
우선 이 사장은 중앙본점을 인수받아 운영하던 지난해에 상표등록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겐짱’이라는 이름의 상표를 다른 사업자가 등록하고 있었는데, 10년 만기가 곧 끝나가는 시기였다”며 “본점을 계속 운영하기 위해 먼저 상표등록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표등록 사실을 켄지 사장도 알고 있었다”며 “‘처음 계약대로 제가 본점은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시거나 공동명의로 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켄지 사장은 자신의 명의로만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 사장이 켄지 사장의 이름까지 들어간 상표를 쉽게 내주지 않은 배경에는 보증금 미지급 등 다소 복잡한 내막이 있다. 이 사장은 중앙본점의 건물주였던 켄지 사장이 비자 문제 등에서 벗어나자 자신에게 올해 3월까지 가게를 비울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본래 계약기간은 올해 6월 말까지였으나, 법원 조정을 거쳐 이 사장이 4월 말까지 가게를 비우고 켄지 사장은 보증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 사장은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손님이 줄자 켄지 사장이 돌연 ‘6월까지 운영을 계속하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손님이 줄어든 가운데 월세를 내야했던 이 사장은 법원 판결에 따라 5월부터 중앙본점을 비우고 현재의 본점으로 이전했다고 덧붙였다.
이 ‘보증금’을 두고 켄지 사장과 이 사장의 말이 다르다. 켄지 사장은 이 금액이 반환 의무가 없는 ‘레이낑’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이 사장은 법원에서 반환하라는 판결까지 나온 보증금이 맞다고 반박했다.
이 사장은 “가게 이전 후에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데, 켄지 씨가 경찰에 횡령죄와 사문서 위조죄로 고발도 했다”며 “검찰에서 무혐의 결론이 난 5월 즈음에 피해를 주장하는 글을 올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켄지 씨가 보증금만 돌려주면 당장 상표권을 돌려주고 간판도 바꾸겠다고 수차례 말씀을 드렸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돈을 달라고 요구를 해도 대답이 없어 강제경매 절차를 밟고 있다. 이게 끝나면 돈을 받을 수도 있다”며 “최근 코로나 사태 등으로 적자가 커서 보증금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보증금을 다 고려해서 가게 이전을 했는데, 돈을 못 받으니 문제가 생겨 신용등급이 1등급에서 6등급까지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보증금만 돌려받으면 상표권 돌려드리고 당장 이름을 바꾸고 싶다. 그런데 상호를 바꾸고 상표를 달라는 요구만 하고 몇 개월째 돈은 안 주고 있다. 저희도 힘들고 피곤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사장은 지난 5월 22일 켄지 사장 소유 건물 등에 대해 강제경매개시결정이 난 서류를 보여줬다. 부동산에 대한 강제경매개시는 강제집행 요건을 심사한 결과 신청이 적법하다고 인정될 때 결정된다. 그러나 강제경매개시 결정 후에도 매각이 완료되는 데까지는 시일이 걸린다.
“방송에서 딸 사칭? 서로 합의한 각색”
켄지 사장은 SNS 글에서는 물론 가게에도 “미치코 씨는 우리 딸이 아니다”는 글을 적어 붙이는 등 사칭 피해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사칭이 아니라 방송과 비자 문제를 위해 서로 합의 하에 이뤄진 각색이었다고 해명했다.
“2017년 한 방송사 쪽에서 각색을 제안했다. ‘미치코 씨와 켄지 씨 부부 모두 일본인이니 딸로 콘셉트를 잡자’고 했다. 딸이 중앙동 본점을, 부모님이 남포 2호점을 운영하는 것으로 방송에 나갔다. 2019년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어 “처음엔 켄지 씨도 딸이라고 하는 것을 망설였는데, 비자 재발급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응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켄지 사장은 ‘미치코가 딸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거짓말 한 것이 되니 평생 비밀로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또 2018년 샌드위치 가게를 새로 오픈했을 때 켄지 사장이 ‘딸에게. 미치코 산도. 개업 축하해. 아빠 엄마가’라는 문구가 적힌 화분을 보내기도 했다며 관련 사진을 보여줬다.
이 사장은 여러 언론에서 전화가 왔으나 사연이 방대해 통화로는 모두 설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인터넷에서 이 사장 부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감내할 수 있다”며 “억울하지만 우리 상황을 알고 있는 분들은 응원해주시고 있다”고 전했다.
특허청, 상표권 이미 ‘거절’
한편, 이 사장이 출원 후 등록까지 했던 겐짱카레 상표권은 다시 '거절'된 상태다. 특허청이 켄지 사장 측 이의를 받아들여 지난 8월 최종 거절 결정을 내렸다.
이 사장은 이에 대해 “상표권이 저에게 있을 때는 보증금만 받으면 바로 켄지 사장에게 명의를 이전할 수 있었다”면서 “이제는 보증금을 돌려받아도 상표권을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표권을 거절당해도 재심요구를 할 수는 있지만, 겐짱카레라는 상표에 미련이 없어 신청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