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멈추지 않으면 폭염은 끝나지 않는다

당신의 생존을 위해 놓치면 안 될 기후 뉴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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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굵었던 무더위가 어느새 가물가물하지만 과학의 경고는 더할 수 없이 뚜렷하다. 지구의 뜨거운 여름은 끝나지 않는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1880년 관측 이래 올 7월 지구가 가장 더웠다고 발표했다.

그리스와 시베리아를 덮친 대형 산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그동안 세계 기후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의 빨라진 시계를 제시했고, 우리나라의 대응 초안도 나왔다.

미래 세대까지 갈 것 없이 바로 당신의 생존을 위해 놓치면 안 될 뉴스들이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보니

지구온난화 원인은 인간 영향 명백

온난화 1.5도 도달 시점 점점 빨라져

이제 남은 눈금은 불과 0.41도

1도 오르면 극한고온 4.8배 증가

우리나라 ‘탄소중립 계획’ 미흡

개인·기업 실천 앞서 정치 결단 필요

과학이 가리키는 것

1. 온난화는 인간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9일 제6차 평가보고서의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승인, 발표했다. IPCC는 유엔 산하 국제협의체로, 5~7년마다 기후변화 관련 보고서를 내놓는다. 내년 완료될 6차 평가보고서의 4종 가운데 첫 번째인 이번 보고서는 국제사회와 각국 정부의 기후 정책 수립에 활용될 과학적 근거를 담고 있다. 이 보고서의 처음은 이렇다. “대기와 해양, 토양의 온난화는 인간 영향이 명백하다.” 부산대 이준이 교수, APEC 기후센터 권원태 원장 등 한국 과학자들을 비롯해 65개국 234명 저자가 지난 2013년 5차 보고서 이후 1만 4000편의 검증된 연구 논문을 종합 검토하고 분석해서 내린 ‘과학적으로 확립된 사실’이다.

2. 변화는 광범위하고 빠르다 온실가스의 영향이 없었던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전 지구 지표면 온도(2011~2020년)는 이미 1.09도 올랐다. 국제사회가 파리협정에서 채택한 마지노선 1.5도에서 불과 0.41도가 남았다. 5차 보고서 때 분석(2003~2012년, 0.78도)과 비교해도 속도가 가파르다. 원인별로 보면 온실가스의 온난화 효과가 1~2도고, 나머지는 에어로졸 등의 냉각화나 내부변동성 등이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200만 년, 해수면 상승 속도는 지난 3000년, 빙하 감소는 지난 2000년 동안과 비교해도 전례가 없는 규모다.

3. 2040년 전에 마지노선 넘는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2021~2040년 중에 1.5도 지구온난화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당 장의 총괄주저자인 부산대 이준이 교수는 기상청 브리핑에서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상관 없이 2040년 이전에 1.5도 온난화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이번 세기 말에는 1.5도 이하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겠지만, 탄소중립을 이루기 전까지 지구 온도는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2030년대 중·후반이면 1.5도를 넘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 시점은 2018년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제시한 것(2030~2052년)보다 10년 이상 앞당겨진 것이다.

4. 온난화의 영향은 파괴적이다 지구온난화는 0.5도 상승만으로도 폭염, 집중호우, 가뭄과 같은 극한 기후현상의 빈도와 강도를 두드러지게 증가시킨다. 극한고온 전망을 보면 산업화 이전에는 50년에 한 번 발생했던 수준의 폭염이 지금 수준인 1도 온난화라면 같은 기간에 4.8차례 발생하고 최고 온도도 1.2도 더 오른다. 올 여름 터키, 그리스에 산불 대란을 불러온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예견된 재앙이라는 의미다. 1.5도 온난화라면 8.1차례, 2도 상승, 2도 온난화라면 13.9차례, 2.7도 상승으로 더 치솟는다. 강수도 마찬가지다. 온난화가 1도 증가할 때마다 전세계 일일 강수 극한현상은 7% 강화되고, 태풍 같은 열대 저기압도 강도와 풍속이 증가한다.

5. 어떤 변화는 돌이킬 수 없다 특히 해양, 빙상, 해수면에서 일어날 변화는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동안 되돌릴 수 없다. 남은 21세기 동안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한다고 해도 이미 악화된 해수온과 해양 산성화·탈산소화는 속도의 문제일 뿐 더 나빠질 것이다.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할 경우 2100년까지 최대 2m 높아지고, 수백 년 이상 계속 더 높아지다가 높아진 채로 수천 년 이상 남을 것이다. 산과 극지의 빙하가 최대 수백 년 동안 계속 녹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시나리오에서 2050년 이전에 최소 한 번은 9월 중에 북극의 해빙이 거의 다 녹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됐다.

정답은 나와 있지만

6. 지구상에 예외는 없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폭염 같은 더위의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1.5도 온난화일 때 호우나 홍수는 아시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북미, 유럽 대부분에서 더 강력해진다. 농업과 식량, 생태의 영향은 전 지구에 미친다. 부산과 같은 해안 도시에서는 극한 해수면과 강우, 하천유량이 조합돼 범람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는 식의 복합 현상도 더 자주, 더 길게, 더 넓은 지역에서 나타날 것이다. 기상청은 12월에 1km 단위의 남한 상세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발표할 예정이다.

7. 탄소중립은 필수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처음으로 미래 사회경제상 변화를 함께 적용한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경로 5가지를 제시했다. 이 중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시나리오라면 2081~2100년에는 온난화를 1~1.8도로 제한할 수 있다고 전망됐다. 가장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일 때는 3.3~5.7도 상승한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탄소중립, 즉 ‘넷 제로’를 이루고 이후에는 오히려 흡수(넷 네거티브)를 해야 가까스로 1.5도 수준의 온난화 억제가 가능하다. 그렇지 못한다면 21세기 안에 1.5도, 2도 온난화를 넘어선다.

8. 한국은 약속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11위(2017년 기준), OECD 국가 중 5위의 온실가스 배출 국가다. 국제사회는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올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당사국 총회(COP26)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우리나라는 COP26 전까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중간 목표로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2017년 배출량 기준 24.4%라는 NDC 목표를 제출했다가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의 권고에 따라 상향을 약속했지만 결과는 감감무소식이다.

9. 초안이 나왔다 NDC 목표에 앞서서 탄소중립 정책 방향과 전환 속도를 가늠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이 먼저 나왔다. 올 5월 출범한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5일 3가지 시나리오 초안을 제시했는데, 환경단체와 경제계 양쪽의 비판을 받았다. 환경단체는 2050년까지 석탄발전 등 탄소 배출을 유지하는 1, 2안에 대해 “탄소중립 없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에너지정의행동)고 밝혔다. 반면 경제계는 산업 부문 감축 목표(2018년 대비 79.6%)가 지나치게 높다는 입장이다. 위원회는 국민 의견을 수렴해 10월 말까지 정부 최종안을 발표한다.

10. 정치가 필요하다 “이번 보고서는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용감하게 결정을 내리는 일은 우리에게 달렸다(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같은 논평이 일제히 지목하는 것은 “지금 당장 행동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은 2018년 기준으로 에너지(86.9%), 산업(7.8%), 농업(2.9%), 폐기물(2.3%) 순이다. 개인과 기업의 실천에 앞서 정치의 결단이 필요하다. 내년으로 다가온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는 기후공약이 핵심 의제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 이재명, 이낙연, 추미애 등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들이 기후에너지부 신설, 기후정의 기본권을 명시한 헌법 개정 등을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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