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탐정 코남] #22. 부산 사람은 절대 안가는 관광지 TOP3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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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모든 궁금증을 직접 확인하는 '맹탐정 코남'입니다. 황당하고 재미있는 '사건·사고·장소·사람'과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한 발짝 물러서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진실은 언제나 여러 가지. 유튜브 구독자분들의 많은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부산에는 수많은 관광지가 있다. 아름다운 백사장의 해운대해수욕장, 광안대교가 반짝이는 광안리, 영화의 중심 비프광장 등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한 부산. 코로나바이러스로 주춤하지만, 부산은 명실상부 '관광도시'다. 그래서일까? 부산의 각 기초자치단체는 관광지 만들기에 열을 올린다. 특색 없는 벽화로 마을을 채우기도, 해안절벽마다 스카이워크를 세우기도 한다. 많게는 수백억 원의 예산을 퍼붓지만,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수준의 관광지가 만들어기지도 한다. 그래서 오늘은 부산 사람은 절대 안 가는, 최악의 관광지 TOP3를 선정해 직접 가봤다. 올여름 이곳에 가겠다는 계획을 세우셨다면 기사를 읽은 후 다시 생각해보시길.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유명한 부네치아

사하구 장림포구는 과분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알록달록한 선착장이 마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떠올린다고 해서 붙은 '부네치아'다. 지난 3일 난데없이 뜨거운 햇살이 비치는 날, 장림포구를 찾았다. 약 500m 길이의 직선 포구는 크게 두 부분으로 가운데 바다를 끼고 양쪽으로 길게 자리 잡고 있다.

먹거리, 볼거리가 하나도 없는 부네치아. 먹거리, 볼거리가 하나도 없는 부네치아.

풍차 모양의 화장실은 악취를 풍기고 비릿한 바닷냄새가 코를 찔렀다. 관광객을 위한 벤치는 있지만 그늘 하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괜찮다. 햇볕을 피할 관광객이 없기 때문이다. 선착장을 들락날락하는 상용 트럭만 지나갈 뿐이다. 포구 한쪽에는 카페와 어묵 등 간단한 간식을 파는 상점이 있다. 물론 이곳에도 손님을 찾아볼 수 없다.

알록달록한 창고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노렸지만, 뜨거운 햇볕에 실패했다. 알록달록한 창고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노렸지만, 뜨거운 햇볕에 실패했다.

월세는 어떻게 감당하는 걸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장림포구의 자랑. SNS에 자주 올라오는 알록달록한 건물들은 어떤 곳일까? 관광 안내소일까? 문이 잠겨있어 창문을 통해 들여다봤다. 밧줄과 어망 등 어구가 가득 보관된 창고다. 창고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구나. 속았다. 경기도 용인에서 부산으로 여행을 왔다는 우상범(30)씨는 "사진을 찍으러 왔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며 "다른 콘텐츠가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억 어디에 썼나?

지난해 말 장림포구는 어촌뉴딜 300사업에 선정. 물양장 신설, 관광 인프라 개선이 진행 중이다. 약 70억 원이 투입되며, 이 중 22억 원 정도가 관광 인프라 구축에 쓰일 예정이다. 사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장림포구는 10년 전부터 예산이 퍼부어져 왔다. 사하구에 따르면 2012년부터 장림항 활성화를 위해 투입된 예산은 국비 65억 6000만 원, 시비 41억 1000만 원, 구비 17억 5800만 원 등 총 125억 원에 달한다. 어촌뉴딜 사업까지 더하면 장림포구에는 10년 동안 195억 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것에 비해 너무 초라하다. 장림포구만의 특색을 담은 관광 상품 개발이 절실하다.

어묵을 먹으러 장림포구까지 관광객이 올까? 어묵을 먹으러 장림포구까지 관광객이 올까?

사하구청은 10월 예정된 부산어묵축제의 개최 장소로 장림포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근처 어묵 생산 업체가 많아 축제 장소로 적합하다고 한다. 축제의 주체는 관광객인데 왜 어묵 생산업체의 편의를 위해 장소가 결정되는 걸까. 1호선 장림역이나 신평역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환승해서 와야 하는 '구석진' 장림포구의 위치를 모르는 걸까. 컨테이너 트럭 가득한 주차장도 한번 가보지 않은 걸까. 의문만 남는다.


■ 진짜 베네치아가 되는 거야!

장림포구가 최악의 관광지로 선정된 이유에는 관광 인프라의 부족도 크다. '사진찍기 좋은 장림포구'라는 게 유일한 장점인데. 바로 이 포토존 위주의 정책이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관광객의 발을 붙잡아 놓을 콘텐츠가 없다 보니 그저 사진만 찍고 휭하니 가버리는, 지역 주민에게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관광지로 전락한 것이다.

두 포구를 잇는 다리를 실제로 만들면 어떨까? 상상을 해봤다. 두 포구를 잇는 다리를 실제로 만들면 어떨까? 상상을 해봤다.

화장실이 있는 포구에서 맞은편 시계탑이 있는 포구까지 넘어가려면 장림교를 건너는 수밖에 없다. 포구 중간에서 건너갈 방법이 헤엄치는 것 외엔 전무하다. 이왕 베네치아라는 별명이 붙었으니, 베네치아의 특색을 살리는 것은 어떨까? 지역과 지역을 다리로 연결하듯. 두 포구를 연결하는 다리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또 다리 밑으로는 어선만 왔다 갔다 하는게 아니라, 곤돌라나 유람선 등 관광객을 위한 '뱃놀이' 상품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이제 원주민은 없다, 감천문화마을

겁도 없이 부산 도시재생의 상징이자, 산복도로 대표 명소인 감천문화마을을 또 다른 최악의 관광지로 꼽았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 2018년 이곳을 찾은 방문객 수는 287만 명이다. 도시재생이 본격화된 2012년 이후부터 관광객은 꾸준히 늘었다. 그에 반해 원주민은 해마다 관광객으로 인한 몸살로 마을을 떠났다. 원주민이 소외된 관광지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래서 최악의 관광지로 꼽았다.

오직 현금만 받는 주차장에 차를 두고 감천문화마을로 향했다. 오직 현금만 받는 주차장에 차를 두고 감천문화마을로 향했다.

오래간만에 찾은 감천문화마을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꽤 많았다. 국내 관광객은 물론 해외 관광객도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관광객은 마을의 골목 사이사이를 지도를 들고 돌아다녔다. 도시재생 초기, 그래도 관광객은 '조심성'과 '존중'을 가지고 있었다. 원주민의 삶에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너도나도 한 손에는 지도를 들고 스탬프를 찍으며 마을 곳곳을 누빈다. 원주민의 삶은 전시되고 상품이 된다.


주말에는 어린왕자와 사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선 관광객을 많이 볼 수 있다. 주말에는 어린왕자와 사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선 관광객을 많이 볼 수 있다.

■어린왕자 눈에 비친 산복도로

이곳은 올 때마다 조금씩 바뀐다. 정확히 말하면 마을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가게들이 유행따라 바뀐다. 동네 슈퍼가 있던 자리는 관광상품 판매점으로 바뀌고, 일반 가정집은 카페로 변했다. 마을을 상징하던 조각이 있던 벽엔 아이돌 멤버들이 그려졌다. 이 동네 출신은 아닌데…

두 멤버 모두 부산 출신이다. 두 멤버 모두 부산 출신이다.

마을주민이 떠난 자리에는 외지인이 자리 잡았다. 도시재생이 본격화하기 이전 2969명이던 마을 주민은 2018년 8년 만에 1952명으로 줄었다. 외부 자원이 유입되며 관광지는 더욱 활성화 됐다. 물론 덕분에 땅값이 올라 스스로 팔고 나간 사람도 있다. 1998년 지어진 단독주택은 평당 1500만 원에 팔렸다. 구청에 따르면 2019년 감천문화마을 점포 87개 중 43개(49%)가 마을 주민이 아닌 외지인이 운영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런데도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다. 어린왕자 조형물이 대표적이다. 2012년 설치된 이 조형물은 감천문화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설치됐다. 지금도 감천문화마을의 대표적인 포토존으로 인기다. 어른의 시각에서 벗어나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린왕자 옆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감천문화마을에서 순수함을 발견할 수 있을까?


■ 최악의 관광지 신흥 강자 비콘그라운드

부산 수영구의 비콘그라운드. 수영고가교 하부에 자리 잡은 이곳은 2020년 부산시가 90억 원을 들여 만든 곳이다. 컨테이너를 활용한 가건물을 사용해 도심 속 새로운 복합 문화 공간을 자처했다. 한눈에 봐도 '힙'한 느낌이 있는 곳. '건대 커먼그라운드'가 떠오르는 모양새다. 식당, 비콘그라운드는 카페가 있는 '쇼핑 그라운드'와 다양한 행사를 열 수 있는 '플레이 그라운드'로 나뉜다. 먼저 쇼핑 그라운드를 가봤다. 장림포구에 비해 적막한 느낌은 없다. 하지만 수영고가교 밑을 지나다니는 사람뿐, 쇼핑 그라운드 내 상점이나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 한 편에 설치된 테이블과 의자에서 어르신 몇몇이 바둑을 두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월세를 싸게 받아도, 이곳에서 사업을 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아무리 월세를 싸게 받아도, 이곳에서 사업을 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군데군데 공실도 눈에 들어왔다. 지난달 기준 쇼핑그라운드 25실 중 4실이 비어 있다고 한다. 일반인의 발길을 붙잡기 어려운 가게들이 많았다. 친환경 최고급 페인트를 판매하는 갤러리, 인도네시아 염색 기술 '바틱'을 활용한 원단 가게, 동유럽 전통 빵을 파는 베이커리 등이다. 중구난방. 너무 '힙'해서 탈이다.


텅 빈 비콘그라운드, 가게 주인과 눈이 마주치면 서로 민망하다. 텅 빈 비콘그라운드, 가게 주인과 눈이 마주치면 서로 민망하다.

■부족한 정체성을 채워라

상황은 플레이 그라운드에서도 나아지지 않았다. 공간의 목적 자체가 공연이나 플리마켓 등 행사를 여는 데 있기 때문에 상시로 사람이 몰리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워두는 게 능사는 아니다. 길이 약 100m의 공간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수익을 창출하자는 게 아니라 주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주민이 오가며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체육시설을 가져다 놓은 것은 어떨까?

이 넓은 공간에 사람이 없다. 오히려 공간을 피하는 느낌마저 든다. 이 넓은 공간에 사람이 없다. 오히려 공간을 피하는 느낌마저 든다.

특히 비콘그라운드의 가장 큰 단점은 유동 인구의 성향과 입점 가게의 부조화다. 젊은 사람이 오가지 않는 곳에서, 젊은 사람도 생소한 가게를 두고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는 것은 무슨 난센스인가. 인근 망미동은 책방골목으로 인기 있는 곳이다. 서점들과 협업해 인공 잔디가 깔린 플레이 그라운드에 앉아서 '독서회'를 진행하는 것은 어떨까? 텅빈 비콘그라운드에 지역과 어울리는 통일감 있는 테마를 채울 때다.


■ 정답은 맛집일까?

부산관광공사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부산을 방문한 내외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부산을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와 주 관광활동 1위는 모두 '맛집탐방'이다. 지출 비중도 식사비 비중이 가장 높았다. 공교롭게도 최악의 관광지 3곳 모두, 내세울 수 있는 맛집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사실 3곳 모두 나름대로 매력을 가진 관광지다. 장림포구의 경우 노을이 아름답고, 감천문화마을의 독특한 산복도로 풍경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비콘그라운드는 부산의 새로운 핫플로 성장할 잠재력을 충분히 갖춘 곳이다. 최악이라고 선정했지만,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관광지가, 잊지 못 할 관광지가 될 수도 있다. 각각의 매력을 살려 더욱더 나은 관광명소로 재탄생하길 기원한다. 제작=남형욱 기자·정윤혁 PD·이지민 에디터·강서희 대학생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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