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개 시민사회·국어단체 "부산 영어상용화도시 정책 즉각 철회하라"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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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왼쪽) 부산시장과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지난 9일 ‘글로벌 영어상용도시와 영어교육도시 부산’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부산시 제공 박형준(왼쪽) 부산시장과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지난 9일 ‘글로벌 영어상용도시와 영어교육도시 부산’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부산시 제공

박형준 부산시장과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선거 공약으로 추진하는 ‘영어상용도시’ 정책에 대해 전국 국어단체와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지역 34개 시민사회단체와 전국 76개 국어단체가 참여하는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 반대 국민연합’은 29일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영어상용도시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건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은 영어권 식민지였던 나라나 북유럽처럼 적은 인구에 여러 언어를 사용해야 해 불가피하게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이를 인위적으로 강행하는 건 무모한 실험이며, 영어 남용이란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가 지적하는 영어상용도시 정책에 대한 문제점은 국어기본법을 어겨 국어 발전을 가로막고, 실패한 사업 답습으로 예산 낭비와 사교육 부담을 키우며, 공공 생활에서의 정확한 소통을 방해하고, 부산시 행정을 왜곡하는 등 크게 4가지다.

먼저, 영어상용정책이 국어기본법 제4조 1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변화하는 언어사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국어능력의 향상과 지역어의 보전 등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책임을 무시한다는 비판이다. 또 경기도 등 타 지자체에서 실패한 사업으로 끝난 글로벌 빌리지(영어마을)를 5곳이나 설립할 경우 조기 영어교육을 조장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또 다이아몬드 브리지(광안대교), 문탠로드(달맞이길), 센텀시티·마린시티·에코델타시티 등 이미 외국어를 남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어상용도시를 추진할 경우 정책·행정용어에서 영어가 늘어나, 영어 능력이 떨어지는 시민들의 알 권리를 해치게 된다고 주장한다.

끝으로, 2003년 서울시에서 추진한 영어공용화 정책과 2008~2009년 서울 서초구에서 시행한 공무원 영어회의 등 이미 실패한 실험으로 끝난 정책을 다시 시행할 경우 공무원들의 관심이 영어 능력 향상에 쏠리는 만큼 행정에 구멍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들 단체는 “외국인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시민에게 불편을 감내하라는 것은 노예근성과 다름없다”며 “세계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라면, 전문 통번역사와 자원봉사자·정보통신기술 등을 잘 활용해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게 도우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영어상용도시 정책은 부산의 문화적 정체성을 어지럽히고 시민을 불편하게 만들 뿐”이라며 “하루빨리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국어단체 연합조직인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과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영어상용도시 정책이 즉각 철회되지 않을 경우, 영어상용도시 정책에 반대하는 전국 단위 시민운동을 조직해 공동 기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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