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결정 `생포 했어야`
범띠해 호랑이 사살 `비극`
11일 진양호동물원에서 발생한 호랑이 탈출 및 사살사고는 동물원을 관리하는 시와 경찰이 만들어낸 비극적 소동이었다.
서부경남지역 유일의 동물원인 진주시 판문동 진양호동물원에서 10여년간 지역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벵골산 암컷 호랑이 호순이는 이날 오전 갑자기 5m높이의 사육장 우리를 뛰어넘어 동물원 외곽담장 주위에서 어슬렁거리다 마취 후 생포 등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채 외부도주에 따른 위험성만 우려하며 당황한 진주시 당국과 경찰에 의해 호랑이의 해 정월대보름날 생애 최후를 맞았다.
특히 이날 사살된 호순이는 불과 이틀 전인 지난 9일 새끼 2마리를 출산,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불안한 증세를 보였는데도 동물원측이 이를 고려하지 않은채 천장이 개방된 새 사육장으로 옮겨 결국 하루만에 이같은 불상사를 초래,동물애호가들은 물론 많은 시민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이날 사고난 새 사육장은 지난해 11월 동물원측이 1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건립한 1백80여평 규모의 호랑이 및 사자 사육장으로 울타리 높이가 5m정도로 맹수사육장으로는 낮고 천장쪽이 비어 있는 개방식인데다 울타리 끝부분 월장방지용 휨시설이 안쪽이 아닌 바깥쪽(관람객쪽)으로 설치돼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호랑이 5마리를 비롯해 사자 4마리,반달곰 2마리 등 다수의 맹수를 사육하는 동물원에 마취총 생포그물 등 맹수탈출 대비 및 생포를 위한 장비와 인력이 갖춰지지 않아 동물원 구역내에 있던 희귀동물을 살려내지 못하고 사살해야 하는 불행한 사태를 맞게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이날 호랑이가 우리를 탈출한뒤 40여분간 동물원 외곽담장을 따라 어슬렁거리며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다 무장한 경찰기동타격대가 출동,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상태에서 마취총이 있는 시내 이반성면 소재 경남도산림환경연구원 야생조수담당에게 연락,긴급 지원을 요청하는 등 생포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동물원 바깥으로의 도주를 우려,성급하게 사살결정을 내려 진주시의 야생조수보호의지를 의심케 했다.
<진주=이선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