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호관 30여분간 행적 확인…추락지점서 오열
어제 부엉이바위 현장검증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시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한 지난달 23일, 노 전 대통령의 행적을 놓친 경호관이 공황 상태에서 30여분간 봉화산 일대를 찾아헤맨 경로가 현장 검증을 통해 파악됐다.
2일 오전 실시된 현장 검증에서 이병춘 경호관은 수시로 울먹이는 등 괴로워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을 부엉이바위에서 놓친 뒤 찾아다닌 경로를 모두 재연했다.
그가 "정토원 선(진규) 법사가 있는지 보고 오라"는 노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정토원에 갔다가 부엉이바위에 돌아온 뒤 사라진 노 전 대통령을 찾기 위해 산속을 헤맸던 이동 경로는 부엉이바위를 중심으로 4~5곳.
이 경호관이 노 전 대통령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간 곳은 부엉이바위 옆 등산로에 있는 마애불상이었다. 이곳에 노 전 대통령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그는 다시 부엉이바위로 올라갔다.
다음 경로는 부엉이바위 입구 나무다리에서 정토원 가기 전 삼거리 좌측~정토원 옆길~봉화산 정상의 호미든 관음성상. 여기서 이 경호관은 남녀 등산객 3명을 잇따라 만났다. 그가 다급한 목소리로 "등산객 한 명 못 봤습니까"라고 묻자 이들은 "못 봤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이 경호관은 정토원 뒤편 등산로를 따라 사자바위에 도착, 이곳에서도 노 전 대통령이 보이지 않자 곧장 정토원으로 내려왔다. 이곳에서 선 원장을 만난 이 경호관이 합장하면서 인사를 하자 선 원장은 "VIP 오셨냐"고 물었다. 선 원장은 "이 경호관은 오른손을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다는 표시를 했다"고 밝혔다.
그가 되돌아온 곳은 부엉이바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부엉이바위 입구에 있는 나무다리를 건너 나올 때 이 경호관은 갑자기 '바위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직감이 들어 부엉이바위 아래로 쏜살같이 뛰어내려 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바위뿌리 1~2m가량 떨어진 장소에서 마을쪽을 향해 쓰러져 있는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이 발견됐다. 이 경호관은 현장 검증에 임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추락해 있었던 지점에 다다르자 몸서리치듯 흐느끼면서 주저앉았다.
백남경·김희돈 기자 n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