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관 구리가 기초 자산 '구리ETF' 이르면 이달 말 상장
정부가 보관 중인 구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구리 ETF(상장지수펀드)가 한국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조달청, 한국거래소 등은 순자산총액과 한 계좌당 가격 등 구리 실물 ETF 상장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달 말 혹은 내달 초에 거래소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구리 실물 ETF가 상장되는 것은 런던금속거래소(LME) 이래 두 번째다.
설정액 늘면 국내 원자재 비축
금융-실물 동시 움직이는 구조
정부 "알루미늄·아연 등도 추진"
국내시장에 상장된 금과 원유 ETF 등은 외국 거래소에 상장된 원자재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국내에 원자재 비축없이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대한 투자만 이뤄졌지만 이번 구리 실물 ETF는 설정액이 늘어남에 따라 국내에 원자재가 비축돼 금융과 실물이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다.
구리 ETF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에 상장된 구리 현물지수를 추종한다. 정부가 지정하는 수입금속가공업체가 조달한 구리를 조달청이 보관하고 조달청이 발행한 보관증서를 자산운용사가 ETF로 발행해 운용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구리 비축량을 늘려 비상 시 수급조절을 통해 가격 안정을 도모한다는 계획으로 향후 알루미늄과 아연 등 비철금속 실물 ETF 상장도 추진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매매방식은 일반 ETF와 비슷하다. 투자자들은 가격 변동에 따라 상장된 ETF를 사고 팔 수 있다. 차이점은 ETF 매도 시 일정액 이상 차액이 발생하면 차익금을 실물 구리로 받을 수 있다는 점.
구리 ETF 거래가 되면 전선회사, 전자회사 등 구리를 실제로 사용하는 업체들이 투자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재 실수요자인 제조업체들이 평상 시에 대규모로 구리를 저장해 놓을 필요가 없어 비용 감소효과가 생긴다.
정부에서는 구리를 구매하는 민간 사업자에게는 비축기지 이용료 감면이나 보세구역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구리 ETF가 도입되면 민간의 자율적인 원자재 비축으로 국내 실물 보유량이 확대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현물 금속시장에서 가격이 효율적으로 형성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상장된 원자재 ETF 거래가 부진한 상황이어서 구리 실물 ETF가 활성화될 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구리 실물 ETF가 금융시장을 통한 국내 원자재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상장되면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세헌 기자 cor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