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의 음식 이야기] 된장은 아민독 덩어리?
/부산대 미생물학과 명예교수
'재래 된장은 아민독 덩어리…!'
전문가라는 사람이 대중매체에서 이런 주장을 펼쳤다. '전문가발(發) 식품괴담'이 불거진 셈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효음식인 장(醬)에서 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생물기원(바이오제닉)의 아민이, 특히 된장에 그 함유량이 많아서 위험하다는 논지다. 이에 대한 반론이 잇따르지만 일반인의 찝찝함이 말끔히 씻겨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생체 내 생리활성 물질 중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아민류이다. 도파민, 히스타민, 티라민, 아드레날린 등 많은 종류가 알려졌는데 이 중에는 호르몬도 있고 신경전달물질도 있다.
이 논쟁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메주와 된장의 발효(숙성) 과정 중에 여러 미생물이 아미노산을 탈탄산하여 몸에 해로운 아민류를 생성한다는 논리다. 물론 생성될 개연성은 충분히 있지만 그것이 모든 된장에서 만들어지는지, 또는 우리가 얼마나 섭취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다. 막연히 어떤 된장에 이런 물질이 발견되었다 해서 오랜 세월 먹어온 음식을 바로 유해론과 연결 짓는 것은 옳은 처사가 아니다.
우리가 먹고 있는 식품류에는 유해 물질이 소량이나마 다 들어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독성의 정도와 양이다. 치사율이 가장 높다는 청산염도 아몬드, 강낭콩, 시금치, 죽순에 존재한다.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강하다는 보톡스도 낮은 농도에서는 미용과 치료에 쓰인다. 설탕과 소금도 많이 먹으면 죽는다. 모든 물질에는 허용치가 있기 때문이다.
한때 재래식 메주에 발암성이 강하다는 아플라톡신이 검출되어 사회적 문제가 됐지만 소금물에 담가 숙성하면 분해되어 없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해프닝으로 끝났다. 물론 숙성 과정 중에 없어진다 해도 된장, 간장에 소량 검출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으니 없는 것보다는 좋을 리가 없겠다. 역시 중요한 건 독은 양이 결정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만 더. 된장에는 항산화 효과와 항암 효과가 있고, 혈전생성을 억제하며, 심지어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다는 등의 예찬론은 '된장 괴담'의 반대편에 서 있는 또 하나의 비약이다. 된장은 단지 콩을 발효시켜 먹기 좋게 만든 선조의 지혜가 돋보이는 식품일 뿐이다. leeth@pu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