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춘문예-희곡 당선 소감] 어려운 길 골라 뚜벅뚜벅 걸어갈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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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미

'도착'은 가족에 대한 저의 절망과 희망이 녹아 있습니다. 일자리를 포기할 수 없어 적지 않은 나이에도 전봇대에 올라 고압전을 만져야 했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간병하다 몇 번의 자살 시도를 했습니다. 남동생은 부모님을 부양하느라 큰 짐을 떠안았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학교에 다니느라 가족들에게 별 보탬이 되지 못한 채 야간 알바와 병행하는 학교생활에 허덕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야만 한다는 희망을 쓰고 싶어 완성한 작품이 '도착'입니다. 구질구질한 일상에 위대한 일상이 있습니다. 고통스러운 시대에 그런데도 희망을 소환해내는 작가가 되고자 합니다.

지난 한 해 서울예대에서 학우들과 함께 사학비리에 저항했고 미투 운동으로 피해 후배들과 함께 미성년 성범죄와 부당한 권력 구조를 고발했습니다. 학교 시위에 참여하고 미투 가해자의 재판에 증인으로 서느라 한 해 동안 단 한 편의 작품도 써내질 못했습니다.

그러나 11월, 재난과 죽음을 극복하는 이야기의 작품 '발화'가 국립극단 희곡우체통 공모에 당선됐고, 얼마 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도착'이 당선되었습니다. 당선 소식을 접하고 저는 먹먹해지고 말았습니다. 힘든 고비를 자처하며 어려운 길을 골라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희망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깃들기를 바랍니다.

힘이 되어주신 조성대 강추희 장윤정 김진대 황현경 황동근 장성희 고선희 조광화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경성대 연극영화과 동기, 서울예대 학우, 직장 동료, 재판을 도와준 많은 분들, 사랑하는 친구들, 저의 가족들과 가계를 책임진 저의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운명과도 같은 예술가 세 사람, 정민찬 김근율 강현욱. 사랑합니다.



약력: 1993년생. 김해중앙여자고등학교 졸업. 경성대 연극영화학과 중퇴.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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