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 학생부종합전형 경쟁률 분석] 인문계열 관광·미디어 뜨고, 자연계열 보건·생명 인기
학생부종합전형은 그야말로 ‘요지경 세상’이다. 내신 위주의 학생부교과나 수능 위주의 정시와는 확연히 다르다. 지원 분야에 대한 흥미나 적성,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학생을 선발한다. 쉽게 말해, 합격이 성적순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한 학과의 학생부종합전형 경쟁률은 학생 개인의 선호도를 넘어 해당 직군의 사회적 수요, 더 나아가 현대 사회의 산업구조 전반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입시 전문기관 ‘진학사’에서 2019학년도 전국의 176개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경쟁률을 분석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평가팀장은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본인이 진학을 희망하는 모집단위에서 어떤 경쟁력이 있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게 성공적인 입시전략 수립에 도입이 된다”고 조언했다.
인문계열
한서대 항공관광 ‘116 대 1’ 전국 1위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 뒤 이어
신라대 항공 정비·운항에도 학생 몰려
자연계열
신라대 물리치료 ‘64 대 1’ 가장 높아
서울지역 화학·생명 관련과 쏠림 현상
신약 개발 ‘동물 실험’ 수의학과도 인기
전국 단위 대학 분석해 보니…
전국 176개 대학의 학과를 분석한 결과 2019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인문계열 모집단위는 한서대 항공관광학과였다. 일반전형 27명 모집에 3142명이 지원해 11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학과는 지난해에도 11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해를 이어 인기몰이를 했다.
2위는 인하대 간호학과가 차지했다. 학교장추천전형으로 5명을 선발하는데 284명이 지원해 5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가 그 뒤를 따랐다. 자기추천전형 12명 모집에 674명이 지원하여 5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인문계열의 경우 항공, 관광, 문화 콘텐츠, 미디어 등과 관련한 모집단위의 경쟁률이 높았다는 게 진학사 측의 분석이다. 이는 여행과 문화에 대한 소비성향이 높아지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자연계열은 보건과 생명, 소프트웨어 관련 모집단위의 경쟁률이 단연 돋보였다.
자연계열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곳은 신라대 물리치료학과였다. 담임교사추천전형 2명 모집에 129명이 지원하여 6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 뒤를 남서울대 간호학과(섬기는리더I전형 63 대 1), 대구가톨릭대 간호학과(DCU인재전형 62 대 1)가 이었다.
한양대에리카 생명나노공(학생부종합I 59 대 1), 인하대 간호학과(학교장추천전형 56 대 1) 순으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자연계열에서는 물리치료, 간호, 응급구조 등을 다루는 보건 분야가 날이 갈수록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생명, 화학 관련 모집단위의 경쟁률도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 권혁제 센터장은 인문 계열에서 폭증하고 있는 항공 관련 학과의 선호도에 주목했다. 그는 “항공 관련 학과의 경쟁률은 부산 지역에서도 엄청나다”며 “과거에는 한국항공대 정도가 그 수요를 소화해줬지만 지금은 부산에서도 신라대 항공정비와 항공운항 쪽으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여학생을 중심으로 한 승무원에 대한 로망이 여전한 데다 드론이 유행하면서 미래 산업으로서 항공 분야가 급부상할 거라고 보는 이들도 많다는 게 권 센터장의 설명이다.
이어 권 센터장은 올해부터는 수상 내역도 1개만, 자율활동도 1개 항목만 기입하도록 한 만큼 학생부종합전형에 더 세심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결국 ‘학교내 활동만 대입에 반영하겠다’는 교육부의 의지이자 메시지”라며 “학생부종합전형에 도전할 생각이라면 부모가 ‘카더라 정보’만 듣고 방향을 정할게 아니라 큰 틀에서는 아이들의 선택을 믿고 옆에서 최대한 서포트해주는 방향으로 도움을 주는 게 좋다”고 전했다.
서울 지역 대학 분석해 보니…
서울 지역 15개 대학, 이른바 ‘인서울’의 인문계열 모집단위에서는 미디어, 상경 계열이 강세였다. 서울 지역으로 대상을 좁혀도 인문 계열에서는 단연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의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이어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자기추천전형 52 대 1), 동국대 경찰행정학부(인문계 Do Dream전형 51 대 1), 서강대 사회과학부(일반형 43 대 1) 순으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인서울은 전국 단위 분석과 달리 미디어 및 문화콘텐츠 관련 모집 단위의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이는 해당 대학의 모집단위가 제한적이고 성적대에 따른 선호도의 차이가 원인으로 보인다.
서울 지역의 자연 계열은 생명과 화학 관련 모집단위의 선호도가 압도적이다. 15개 대학 중 2019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중앙대 생명과학과다. 다빈치형 8명 모집에 416명이 몰려 52: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 뒤를 이어 한양대 생명공학과(일반전형 42 대 1), 경희대 생물학과(네오르네상스전형 41 대 1), 중앙대 화학신소재공학부(다빈치형 38 대 1) 순으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화학과 생명 관련 학과로의 쏠림 현상은 관련 기술 분야 성장에 대한 기대로 풀이된다. 더불어 고교활동 내에서 학생부종합전형 관련 준비하기에 가장 수월한 모집단위라는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부일에듀 오세명 평가이사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자리를 잡으면서 모집단위마다 꾸준히 강세를 보이던 단위와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단위가 엇갈리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화학 관련 모집단위의 선호도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자연계열의 이 같은 쏠림은 의료관광이 붐을 일으키는 등 국내 의약 산업의 수준이 올라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약 업계에서도 신약 개발이 화두가 되고 있고 이를 위해 동물 실험 등을 전담해줄 전문 인력이 모자라자 최근에는 수의학과의 경쟁률까지 덩달아 올라갔다. 여학생을 중심으로 화장품 업계, 약학전문대학원 진출 수요도 여전하다.
오 이사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상위권 학생은 학부모나 교사보다 사회 트렌드를 더 빨리 읽어내는 걸 볼 수 있다"며 "오히려 학부모가 과거 대기업 취업율이나 대학 간판에 얽매여 아이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학생부종합전형의 의도와 사회 변화에 이제는 부모가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조언했다.
권상국 기자 edu@busan.com
권상국 기자 edu@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