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싱가포르 노선, 좌석 비운 채 뜬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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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일 싱가포르 항공사 실크에어를 첫 출발로 하늘길이 열리는 부산~싱가포르 노선이 긴 운항거리 탓에 항공기 좌석 일부를 비우고 운항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부산~싱가포르 노선에 투입 예정이었던 미국 보잉사 에어맥스8 항공기가 기체 결함으로 국내 운항이 금지되면서 기존 항공기로 5400㎞ 거리인 싱가포르까지 운항할 경우 안전성 문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서는 항공기가 30석 이상을 빈자리로 운항을 지속할 경우 적자가 발생해 노선 지속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7월 부산~싱가포르 취항을 준비 중인 제주항공은 최근 보잉 737-800 기종에 174석을 운영하는 ‘뉴클래스 좌석’ 운항 계획을 발표했다. 189석이 항공기 정원이지만 15석을 줄였다. 운항 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다. 다음 달 2일 주 4회 취항하는 실크에어는 보잉 737-800 162석 항공기를 126석만 운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크에어 예약홈페이지 등에 보면 23일 현재 뒷좌석 36석의 경우 예약이 불가능하다.

제주항공 189석 중 15석 줄여

실크에어도 36석 예약 불가능

부산~싱가포르 거리는 5400㎞

보잉 737 최대항속거리 5765㎞

만석 운항 위험해 ‘궁여지책’

에어맥스8 무산 ‘나비효과’도

항공사들이 이처럼 대거 좌석을 비우는 것은 운항 안전성이 가장 큰 이유다. 부산~싱가포르의 거리가 멀어 보잉 737-800 기종을 만석으로 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산~싱가포르의 거리는 5400㎞인데 보잉 737-800 항공기의 경우 최대 항속거리는 5765㎞ 남짓이다. 300㎞가량의 항속거리 여유가 있지만 만석상태로 연료를 가득 채운 채 이륙할 경우 사고위험 등이 있어 ‘차선책’으로 승객 수를 줄이고 연료를 추가 주입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 같은 ‘궁여지책’은 보잉사의 에어맥스8 항공기 도입 무산이 빚은 ‘나비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어맥스8 항공기는 200석 규모에 보잉 737-800 항공기보다 항속거리가 길어 싱가포르 노선의 흑자운영에 최적화된 항공기였다. 하지만 해외에서 에어맥스8 항공기가 잇단 사고의 원인이 되자 지난달 14일 국토부는 에어맥스8 항공기의 국내 공항 이·착륙과 영공 통과를 금지했다.

대거 좌석을 비우고 항공기가 운항하게 될 경우 노선 적자에 대한 우려가 취항 전부터 나온다. 3개 항공사가 주 4회 운항을 하면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좌석 수마저 제한을 받아 수지타산이 맞을지에 대한 우려다. 항공사들은 통상 신규 취항의 경우 주7회 운항으로 초기 승객 확보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올해 내 취항을 준비 중인 이스타 항공을 포함해 3개 항공사가 주 4회 운항을 하면서 항공사 간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적게는 126석, 많게는 170석 규모로 주12회 운항을 하게 될 경우 최소 매주 1600명이 싱가포르 노선 수요로 잡혀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싱가포르 노선이 올해 가장 기대 노선으로 꼽혔지만 김해공항 포화로 각 항공사가 주 4회밖에 운항을 못 하게 됐고 그마저도 좌석 수를 줄여 운항할 수밖에 없어 출항 전부터 많은 난관에 부딪힌 노선이 됐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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