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검찰, 성추행 피의자에 피해자 개인정보 노출
성추행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검찰의 수사자료를 통해 피해자의 연락처를 알아내 연락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25일 KBS 보도에 따르면 최근 서울동부지검에서 성추행 혐의 사건으로 수사를 받은 피의자 A 씨는 피해자 B 씨에게 "올해가 가기 전에 얼굴 한번 꼭 봐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KBS 취재 결과 A 씨는 자신의 성추행 사건에 재판에 넘겨진 뒤인 지난 10월 변호에 사용해야 한다며 검찰에 관련 수사자료를 요청했다. A 씨는 이 검찰 수사자료를 통해 B 씨의 번호를 알게 되었고, 한 달이 지난 11월 초 연락을 했다고 밝혔다.
A 씨는 문자메시지에서 B 씨의 번호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 "검찰청에서 수사자료 복사해 줄 때 검사실 실수인지 복사담당 실수인지 인적사항이 다 보이게 건네줘서 알게 됐다"며 "불법적으로 안 게 아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울동부지검은 "열람 등사 신청시 마스킹처리시스템이나 종이, 필기구 등을 이용해 피해자의 연락처 등을 가리고 사건 관계인에게 제공해 왔다"며 "이 사건의 경우 필기구로 피해자의 연락처를 지웠으나, 피의자가 지운 부분을 긁어내어 다시 볼 수도 있다는 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 씨는 "긁은 게 아니고 굉장히 자연스럽게 지워졌다"며 "우연히 나타났다"고 말했다.
A 씨는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하는 등 연락한 이유에 대해서는 "굉장히 분노해서 했던 것"이라며 '가방으로 스친 것을 두고 피해자가 성추행을 호소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피해자 B 씨는 "모르는 번호로 왔으니 스팸 문자인 줄 알았는데 피의자였다"며 "충격을 받고 소름이 돋았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고 밝혔다.
또 "카카오톡 (프로필)사진도 있었는데, 그걸 캡처했을 수도 있다"며 "출근길에 여러 번 마주쳐서 다른 길로 출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