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란’ 부른 부산 재난지원금 ‘선불카드’ 쏠림… 왜?
“돈이 아니라 카드가 없어서 지원금을 못 받는다고요?”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위해 가까운 주민센터를 찾았던 A 씨. 지난주부터 온라인 신청이 시작됐지만 내 손으로 신청하는 게 마음 편해 일주일을 기다려 직접 주민센터를 찾았더니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고령층 비중 높아 방문 신청 많아
선불카드 발급 비율 전국 2위
“사용 어렵다” 동백전은 선호 안 해
선불카드 부족으로 민원이 잇따르자 부산 금정구는 ‘카드 수급 지연으로 당일 지원금 지급이 안 될 수 있다’는 긴급재난문자를 보내기 이르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부산시도 카드사에서 선불카드를 15만 장 추가 발주했다고 한다. 갑자기 ‘선불카드 대란’(부산일보 20일 자 1면 보도)은 왜 터진걸까?
2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전국 1728만 세대가 지원금을 신청했다. 수령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온라인이나 은행 창구에서 신용·체크카드에 포인트를 충전하거나, 거주지 인근 주민센터에서 선불카드나 지역사랑상품권(동백전)을 받는 방식이다.
지급 방식 중 신용·체크카드(75.4%)가 가장 인기가 좋다. 온라인으로도 신청이 가능해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일찌감치 신청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지난 18일 신청 받기를 시작한 선불카드(4.4%)와 지역사랑상품권(3.6%)도 점차 신청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 중 부산 시민의 ‘선불카드’ 선호는 유독 눈에 띈다. 부산 시민 중 재난지원금을 선불카드로 신청한 비율은 8.6%로 전북(9.5%)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다. 평균만 놓고 보면 전국의 두 배에 가깝다. 각 구·군에서 준비한 선불카드가 바닥을 드러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정구, 서구, 해운대구 등에서는 ‘40만 원짜리 선불카드가 동이 나서 20만 원짜리로 2개 받아왔다’ ‘센터에 카드가 없어 방문한 민원인을 돌려보냈다’는 한탄이 이어졌다. 헛걸음한 시민도, 안내하는 공무원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시가 선불카드 수요 예측을 실패한 이유는 ‘직불카드(연결계좌 출금방식)’ 방식인 지역사랑상품권(동백전)의 부진으로 분석된다. 사실 인터넷이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이 온라인보다 방문 신청을 선호할 것은 충분히 예상된 바다. 하지만 그래도 이들 중 일부는 동백전을 찾을 거라는 시의 예상이 빗나갔다. 중·장년층이 너나없이 선불카드를 요구했다. 선불카드와 달리 직불카드인 동백전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신용·체크카드가 있어야 하고 이를 동백전과 연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다들 번거롭다며 외면한 것. 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부산시 동백전 신규 가입자 중 50대 이상은 38% 수준이다. 이마저 지난달 부산은행에서 동백전 발급이 가능해지면서 늘어난 수치다. 반면에 지역사랑상품권을 선불카드 방식으로 운영하는 다른 지역에는 선불카드 쏠림이 덜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에 노령인구가 많긴 하지만 기초연금을 받는 고령자들은 현금으로 이미 지원금을 받았다. 생각보다 중·장년층이 동백전의 직불카드 방식을 불편해하고 있고, 가족끼리 지원금을 나눠 쓰기 편리해 선불카드로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