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듣는다] 1. 위암 - 김민찬 동아대병원 교수(영상)
“2·3기 진행돼도 복강경 수술로 완치 가능”
부산시와 부산권의료산업협의회(대표 이사장 김진수 부산일보 사장)는 지난해 9월 ‘의사가 추천하는 부산 명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역의 실력 있는 명의를 적극 소개하고 환자의 역외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분야별 명의를 선정하기 위해 부산지역 4개 대학병원 임상교수와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소속 전문의 등 4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위암 대장암 등 질환별 명의를 13회(2019년 9월 9일~11월 11일)에 걸쳐 소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당시 선정된 명의를 찾아 인터뷰를 통해 질환을 진단하고 예방법과 수술 방법에 대해 들어보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1기 환자 5년 생존율 95% 세계 최고
복강경 수술 표준화 논문 발표 ‘주목’
만성위축성위염·헬리코박터균 보균자
위암 가능성 높아 항생제 치료 필수
평소 안 짜게 먹는 식습관 예방 도움
- 한국인의 암 발생률 1위인 위암은 어떤 질병인가.
“위암은 위 점막 세포가 암으로 변해 생기는 질병인데 일정량의 덩어리, 종괴를 형성하고 있다. 평균 발병 연령이 과거 60대에서 최근에는 50대로 낮아지고 있고, 20~30대의 젊은 환자에서도 매우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
-어느 질병이나 조기 진단이 중요한데, 위암에 있어서 조기 진단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조기에 진단이 되면 위절제술 등의 수술을 피할 수 있으며 내시경 점막 절제술과 같은 내시경 시술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그보다 조금 진행된 암도 복강경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한 마디로 조기 진단은 완치 가능성을 매우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미국보다 높고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1기 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우리나라는 약 95%인데, 미국은 약 80% 정도이다. 2기는 우리가 80% 이상인 반면 미국은 50~60% 수준이다. 3기는 우리가 50~60%지만 미국은 약 30% 정도다. 미국보다 국내 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높은 이유는 수술을 꼼꼼하게 잘하기 때문이다. 또 위암 발병률이 높아 수술 건수가 많다 보니 노하우가 생긴 것도 또 다른 이유다. 림프절 전이에 따른 절제술에서 우리가 미국보다 완성도가 높다. 그래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병기별 치료 방법은?
“위암은 대부분 약물치료가 되지 않는다. 원격 전이 즉 간, 복막, 뼈, 폐에 전이가 없는 모든 환자에서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이다. 다만 1기 위암 중 점막에 국한되어 있고 림프절 전이 가능성이 낮은 일부에서는 내시경 시술을 할 수 있다.”
-복강경 수술에서 국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국내 최초로 논문을 발표했다고 하는데 당시 반응이 어땠나.
“2005년 5월에 유럽외과종양학회지에 복강경 위암 수술 결과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양성 위 질환이 아닌 위암에서 복강경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과 안정성을 제시한 논문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복강경 수술이 이제는 보편화되었지만 전체 수술 과정을 5~6개로 세분화해서 표준화시켰다. 그 결과 수술시간을 단축하고 출혈을 줄여 환자 회복에 좋은 영향을 미친 점이 공감대를 얻은 것 같다.”
-위암 환자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케이스가 있다면?
“지난 2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 러시아에서 온 환자가 있었다. 러시아에서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고 본원에 왔는데 위 전절제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이른 시간에 회복하고 퇴원했다. 환자와 딸이 기뻐하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환자를 위한 나름의 독특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하던데?
“수술 전에 첫 진료 설명과 수술동의서 설명을 환자에서 직접 하며 이해가 될 때까지 한다. 입원 중에는 감염 예방을 위해 수술 전 소독제로 샤워를 하며 환자의 불편 해소를 위해 코줄과 관장은 시행하지 않는다. 수술 직후 수술실에서 보호자에게 수술 결과를 직접 설명한다. 수술 마취를 하기 2시간 전까지 특수 음료를 환자에게 복용하게 함으로써 목마름과 불안을 줄여주며, 수술 후 6시간째부터 특수 음료를 복용하게 해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한다.”
-위암의 재발과 전이를 예방하는데 최선의 방법은?
“진행성 위암 수술 후 재발과 전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은 수술 후 시행하는 예방적 항암치료이다. 위암 수술을 하고 나서 하는 항암치료인데 과학적으로 증명된 유일한 방법이다. 위염과는 상관없지만 만성위축성위염과 헬리코박터균 보균자가 위암 발생 가능성이 특히 높다. 만약에 만성위축성위염이 있는 환자가 헬리코박터균까지 있으면 반드시 항생제 치료를 해야 한다. 그 외에 하루 30~40분 정도의 유산소 운동, 15분가량의 근력 운동,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식사, 긍정적인 사고가 중요하다.”
-평소 위암 예방을 위해 가장 강조하는 식습관이 있다면?
“다채로운 여섯 가지 식품군 즉 곡류, 고기 생선 달걀, 콩류 채소류, 과일류, 유제품류, 당류를 골고루 먹는 게 중요하다. 또 너무 짜지 않게 먹고, 탄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지금 이 시간도 위암과 싸우고 있을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수술을 앞둔 환자분들께는 ‘이번 수술이 환자분들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항암 치료를 앞두고 계신 분들께는 ‘위암 항암제가 많이 발전돼 편안하고 부작용 없이 함암치료 사이클에 따라 완주하는 경우가 많아서 용기를 가지고 항암치료에 당당히 맞서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주요 경력>
2002년부터 3800건 위암 수술. 2005년 국내 최초로 복강경 위암 수술 논문 발표. 2015년 대한위암학회 최우수 연구자상, 2017년 세계위암학회 우수비디오상 수상. 2019년 미국암학회지와 외과학회지에 조기 위암과 진행성 위암에서 복강경과 개복수술 생존율 비교 논문 발표.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