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 총장?… 학내 권위주의 없애고 싶었어요"
김홍구 부산외국어대학교 총장
임기 시작 한 달여가 된 부산외국어대학교 김홍구 총장은 인터뷰를 위한 자리에 파란색 점퍼 차림으로 나타났다. 점퍼 앞면에는 총장 직함과 이름이, 뒷면에는 ‘대학다운 대학’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교내에서 그는 늘 이 ‘작업복’ 차림이라고 했다.
“총장의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싶었어요. 양복 입고 출근하면 누가 누군지 모르잖아요. 학교 밖에 나갈 땐 당연히 갖춰 입지만 교내에서는 권위 내려놓고 학생이든, 교수든, 직원이든 누구와도 소통하고 싶어요. 다행히 이렇게 입고 있으니 구성원들이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개교 후 첫 민주적 절차 의해 선출
"학생·교직원 모두와 적극 소통
융복합 인재 키우는 강소대학으로”
10대 총장인 김 총장은 부산외대 설립 이후 처음으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총장이다. 1982년 개교 이래 부산외대 총장은 학교법인인 성지학원 재단이 임명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교수, 교직원, 학생, 재단 관계자로 구성된 42명의 정책평가단이 총장 후보자 3명을 선출했고 명단을 재단에 제출했다. 이 중 최종 총장 임용자는 재단이 결정했다. 간선제이긴 하지만, 사립대 총장 선거 방식으로는 진일보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제가 징검다리 같은 역할을 하고 저 다음에 오는 총장은 더 진전된 방식으로, 더 많은 구성원의 의사가 수용된 형태의 총장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후배들을 위해 역할을 하겠습니다.”
앞서 재단이 9대 총장을 임명했을 때, 부산외대 교수협의회는 일방적인 총장 선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고, 9대 총장이 결국 ‘줬다 뺏은 장학금’ 연루 의혹으로 중도하차했을 때도 민주적 총장 선출 방식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당시 교수협의회 의장이었다.
그런 만큼 김 총장은 학내 민주적 의사결정 체제 구축을 임기 내 주요 과제로 꼽고 있다. 이를 위해 김 총장은 교무위원회나 인사위원회에 교수협의회가 참여할 수 있게 추진하고 있고 대학운영위원회도 만들어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시키려 하고 있다. 운영위는 심의만 하는 대학평의원회랑 달리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다. “만들어지면 사립대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김 총장은 이에 더해 “대학들이 10년 넘게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목줄이 쥐어져 있는데, 눈치 보지 않고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하고 요구할 것”이라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부산외대가 가진 ‘외국어’ ‘외국문화’ 교육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시민성을 선도하는 하이브리드형 지역강소대학’을 대학 비전으로 내걸었다. “외국어 실력은 기본으로 하되 IT 또는 상경 관련 실력을 갖춘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는, 작지만 강한 대학이 되겠습니다.” 부산외대 일본어창의융합학부는 부산가톨릭대 치매전공의 융합교육과정과 연계한 융합교육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김 총장은 무역투자관광사무소를 부산외대에 유치하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김 총장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2번이나 개최한 도시가 부산이고, 투자나 인적 교류 측면에서도 부산과 아세안은 매우 가깝다”면서 “동남아시아 각국의 무역투자관광사무소를 교내에 유치하면 부산의 투자나 관광 측면에서도 좋고 우리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외대는 6년 연속 학생 수 대비 해외 취업률 전국 1위인 대학이다.
김 총장은 대학 설립 다음 해인 1983년, 27세 나이에 태국어과 전임교수로 와 현재에 이른, 부산외대 내 ‘최고참’ 교수다. 1991년 부산외대가 단과대학에서 종합대학으로 승격했을 당시 초대 기획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원숙한 조정자, 정의로운 포용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학교 구성원과 재단 모두 좋은 학교를 만들자는 목표지점은 같기 때문에 충분히 합의점을 찾을 수 있고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제가 할 겁니다.”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이현정 기자 edu@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