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 내년 축제·행사 예산 삭감 철회, 잘한 일이다
부산시가 2021년도 축제·행사 등 문화행정 예산을 대폭 삭감하려던 애초 방침을 바꿔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2일 시 주간정책회의에서 “관광마이스 산업 생태계의 지속적인 유지를 위해 축제·행사 관련 예산을 올해 수준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라고 지시했다. 변 대행의 언급은 관련 예산의 대폭 삭감 방침이 알려진 뒤 문화예술계의 강한 반발 등 여론을 고려한 방향 전환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제라도 관련 예산의 삭감 철회를 밝힌 것을 고무적으로 평가한다. 이번 일로 시민 문화주권이 보다 중요한 정책적 가치로 존중받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변 권한대행, 올해 수준으로 반영 약속
문화행정 홀대 받는 관행, 이젠 바꿔야
시가 문화행정 예산의 대폭 삭감을 추진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내년 재정 상황의 불투명이 주요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는 안 그래도 ‘문화 불모지’ 취급을 받는 부산의 문화 토양을 더욱 황폐화하는 일이다. 말로는 ‘문화도시 부산’을 지향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부산 정신을 상징하는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자해 행위와 다름이 없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바다미술제, 조선통신사 축제처럼 부산 정신을 보여 주는 행사들이 모두 존폐의 기로에 처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시의 예산 삭감 철회로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여전히 문화행정이 시 관료들의 정책 마인드 속에 종속적인 지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문화행정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모두가 힘든 지금과 같은 때일수록 더욱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 개인적인 상황은 물론 활기를 잃은 사회 전체에 적극적인 문화행정을 통한 분위기 전환과 사기 진작, 격려가 절실한 때가 지금이다. 이런 점에서 내년에도 부산의 주요 축제·행사가 정상적으로 치러지게 된 것은 시민에게 단지 단순한 하나의 축제나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려했던 관광마이스 예산도 전년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라고 하니 위기에 처한 관광마이스 산업도 다소 숨통을 트게 됐다. 모두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유·무형의 문화적 기반임은 물론 관련 분야의 경제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시는 내년 축제·행사 예산의 삭감 철회를 약속한 만큼 예산 확정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 나아가 현재처럼 문화행정 예산이 경제적인 관점이나 논리에 휘둘려 홀대받는 관행도 반드시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시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부산문화 2030비전과 전략’이든, 얼마 전인 지난달 말 선포한 ‘부산시민 문화헌장’이든 시민에게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게 다가갈 것이다. 겉으로는 온갖 미사여구로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정책은 거꾸로 간다면 이는 대시민 사기극에 다름 아니다. ‘문화는 우리 삶의 토대이자 생활양식이다.’ 문화헌장의 첫 문장처럼 시는 항상 이를 문화행정의 등불로 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