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사진서 남아공 대통령 빠트린 정부…"이 모습이 한국 위상"
논란 일자 "이미지 제작 과정 실수"라며 수정
정부가 공식 SNS에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기념사진을 올리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잘라내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에 도착, 이튿날 공식 환영식을 시작으로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전날에는 보건을 주제로 한 첫번째 확대회의 세션에 참석한 뒤 기념사진 촬영식이 진행됐다.
정부는 이 사진을 활용해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전날 공식 SNS에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라는 문구와 함께 기념촬영식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문 대통령이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사이에 자리잡고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정부는 "이 자리 이 모습이 대한민국의 위상이다. 우리가 이만큼 왔다"면서 "고난의 시간을 극복한 위대한 국민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물이다. 감격스럽다. 모두 국민 덕분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전날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는 문 대통령이 존슨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 옆에 자리 잡은 사진과 함께 '한국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는 취지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그러나 정부가 공개한 사진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위상을 강조하려다 남아공 대통령이 잘렸다는 것이다.
기념촬영 원본 사진에는 첫줄 맨 왼쪽에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서 있는데, 정부 SNS에 올라온 사진에는 그가 잘려 있다. 이로 인해 두번째 줄 맨 왼쪽에 있던 스가 총리는 더욱 구석에 있고, 문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가운데에 있는 듯한 구도가 연출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뿌듯함을 강조하기 위해 유일한 아프리카 대통령을 누락시키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남아공 대통령이 잘린 게 의도적이라면 고약하다" 등 지적이 나와 일부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사실이 해외에 알려지면 한국 정부가 인종차별을 했다는 비판도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 SNS는 이날 오전 사진을 원본대로 수정하고 "이미지 제작 과정에서 실수가 있어 수정되었다"며 "콘텐츠 제작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전날 공식 기사를 통해서도 문 대통령의 위치가 한국의 위상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은 13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 '문 대통령, 존슨·바이든과 나란히…G7서 확인된 달라진 한국 위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기사는 "정상회의 첫날 사진을 보면 한국의 달라진 위상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면서 "각국 정상들의 기념촬영 사진을 보면 주최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첫 번째 줄 가운데 섰다. 그리고 존슨 총리 바로 옆 오른쪽에 문재인 대통령이, 또 그 옆 오른쪽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리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스가 총리와 비교도 빠트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맨 앞줄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존슨 영국 총리의 사이에 선 것"이라며 "참고로 스가 일본 총리는 두 번째 줄 가장 왼쪽 자리였다"고 짚었다.
또 "같은날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논의하는 첫 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존슨 총리 오른쪽 옆, 중앙 상석에 앉았다. 존슨 총리 왼쪽에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리했다"며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고 덧붙였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