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선수촌 불만 많은데…일본 선수들은 편한 숙소
2020 도쿄올림픽 선수촌 숙소의 열악한 시설에 세계 각국 선수들이 불만을 쏟아내는 가운데, 정작 일본 선수들은 인근의 다른 숙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일본 교도통신은 탁구, 유도, 레슬링 등 메달 획득이 유력한 것으로 여겨지는 일본 선수단은 하루미의 올림픽 선수촌이 아닌 아지노모토 내셔널트레이닝센터(NTC)나 외부 숙박 시설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국가대표 선수들은 기존의 훈련 거점인 NTC를 이용하면서 뛰어난 훈련 시설을 이용해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본래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는 모두 선수촌에서 숙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적절한 코로나19 감염 대책이 준비됐다고 판단한 시설에서 숙박할 수 있도록 했다.
교도통신은 "선수들의 이동 부담을 줄이고 익숙한 연습 시설을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배드민턴 대표팀은 경기가 열리는 무사시노 포레스트 스포츠 플라자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호텔에 묵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할 때나 훈련할 때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골판지 침대' 등 선수들 사이에서 불만이 쏟아지는 선수촌 시설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수면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선수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발생하고 있는데, 외부 숙소에 머물고 있는 일본 선수들은 자체 방역을 통해 더 안전한 환경 속에 지낼 수 있다.
일본 스포츠클라이밍 팀도 평소 훈련 캠프로 사용하는 도쿄 시설을 숙소로 사용 중이다. 한국 선수단의 한 감독은 "선수촌에 일본 선수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 선수촌의 시설이 '역대 최고'라고 홍보했으나, 선수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천장이 낮아 머리를 숙여야 하는 욕실이 대표적이다. 러시아 배구 국가대표 아르템 볼비치와 야로슬라프 포들레스니흐는 욕실 천장에 머리가 닿는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21일 러시아 선수단은 자국 매체인 타스 통신을 통해 TV와 냉장고가 없고, 4~5명이 머무는 객실에 화장실이 1개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지도자로 9번째 올림픽에 참가하는 러시아 펜싱 대표팀 마메도프 감독은 "지금까지 9번째 올림픽에 참가했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선수촌 서비스를 받아 본 적이 없다"며 "선수촌은 중세시대"라고 비판했다.
"성관계 방지용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 골판지 침대에 대한 불만도 많다. 미국 육상 국가대표인 폴 첼리모는 "누군가 내 침대에 소변을 본다면 박스가 젖어서 침대에서 떨어질 것 같다"며 "내 침대가 무너지는 상황을 대비해 바닥에서 자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한 뉴질랜드 선수가 침대 끝에 앉자 틀이 찌그러지는 영상도 SNS에서 화제다. 또 에어컨 리모컨 버튼이 모두 일본어로 되어 있다며 SNS로 도움을 요청한 선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여자체조 대표팀은 20일 선수촌을 더이상 못믿겠다며 다른 호텔에 묵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표팀 코치인 세실 랜디는 "호텔에 머무는 것이 선수와 우리의 안전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불만이 이어지자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의견을 듣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