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자, 항문침, 정법”…산으로 가는 국민의힘 경선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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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열린 '2021 국민미래포럼'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유승민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인사를 나눈 뒤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열린 '2021 국민미래포럼'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유승민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인사를 나눈 뒤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바닥 왕(王)자' 논란이 '항문침 전문가와의 관계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이어지더니 난데 없이 ‘도사 정법’을 둘러싼 공방으로 번졌다. 정책과 비전, 공약을 두고 상호 검증을 통해 대통령 후보로 올라서는 과정인 경선 레이스가 ‘무속의 늪’에서 빠졌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발단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선주자 3∼5차 TV 토론 당시 손바닥에 왕(王)자를 쓴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후 6차 토론(5일) 유승민 전 의원이 “이상한 특정 부위에 침을 놓는다는 이병환이란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라고 물으며 윤 전 총장이 역술인 등과 가깝게 지낸다는 의혹을 부각하면서 양측의 공방전에 불이 붙었다.

당장 토론회 다음날인 6일 윤 전 총장 측과 유 전 의원 측은 ‘자칭 항문침 전문가 이병환’을 두고 날 선 ‘논평 싸움’이 벌어졌다. 유 전 의원 캠프의 이수희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윤 후보는 무엇을 감추려고 자칭 항문침 전문 이병환을 모른다고 거짓말을 했나”라고 공세를 폈다. 이에 윤 전 총장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방송 토론회를 역술인 퀴즈대회로 만든 것도 모자라 거짓을 유포하며 윤 후보 흠집 내기를 하는 모습이 치졸하기 짝이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유 전 의원 캠프의 최웅주 대변인은 다시 ‘김병민 대변인에게’라는 제목의 논평으로 “윤 후보와 이병환 씨 영상은 제대로 보고 낸 논평인가”라고 비꼬았다. 지난 6월 한 행사장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이 씨가 윤 전 총장을 밀착 수행하면서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자 윤 전 총장 캠프의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이 “유 후보 측 얘기에 상대할 가치를 못 느낀다”는 추가 논평을 내면서 양측의 감정은 최고조에 달했다. 7일 오전에는 유 전 의원 측이 대변인이 윤 전 총장과 이병환 씨가 함께 나오는 동영상을 기자들에게 공유했다.

양측의 공방은 6차 TV 토론 직후 격해진 두 후보가 장외 충돌했다는 소문으로도 번졌다. 윤 전 총장 측은 유 전 의원이 “악수한 손을 뿌리쳤다”고 했는데, 유 전 의원 캠프는 “윤 후보가 대뜸 '정법을 미신이라고 하면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다'고 유 후보 면전에 손가락을 흔들며 항의했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막말 게시글을 SNS에 올린 인사를 국민통합특보로 영입했다가 유 전 의원 측의 강한 비판을 받는 등 논란이 일자 해촉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7일 오전 “국민캠프는 해군 출신 김성훈 씨를 전날 오후 특보직에서 해촉했음을 알려드린다”며 “김 씨로 인해 상처를 받았을 최 전 함장님과 천안함 용사, 가족들께 송구하다는 뜻을 전한다”고 했다.

김 씨는 지난 4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전 함장에 대해 “조용히 참회하라”고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또 특보직 위촉 이후인 지난달 25일엔 이준석 당대표를 향해 “정치 못 하게 하겠다”는 등 원색적인 비난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유 전 의원 캠프 권성주 대변인은 윤 전 캠프의 해촉에 앞서 논평을 통해 “윤 후보 대체 어쩐 안보관과 대북관을 가지고 있길래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장병들을 능멸한 사람에게 안보 특보를 맡기는 건가”라며 “국가 존립과 국민 생명이 걸린 안보 문제마저도 무속인의 지령대로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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