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장애 어머니 위한 50주년 금혼식 전통혼례
경남 함양문화원과 함양군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이하 치매안심센터)가 뜻깊은 전통혼례를 주관해 화제가 되고 있다.
17일 함양문화원과 치매안심센터 등에 따르면 부부의 연을 맺은 지 50년이 된 안모(80) 어르신과 강모(72) 어르신 부부의 뜻깊은 50주년 금혼식을 지난 14일 함양군 안의면 허삼둘 고가에서 전통혼례로 올렸다. 금혼식 혼례는 안심센터에서 처음 실시한 '인지장애 황혼 결혼식' 사업과 함양문화원이 펼치고 있는 '꼬신 내 풍기는 잔칫날' 사업이 합작해서 추진됐다.
안 어르신 부부는 함양군 안의면에서 조그마한 빵집을 운영했다. 2남 1녀의 자녀들은 모두 결혼하고 예쁜 손주까지 얻었다. 또한 3년 전인 2019년부터는 운영하던 빵집을 접고 행복한 노년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1년 전부터 어머님 강 어르신한테 인지장애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이에 안심센터는 안 어르신 부부를 '인지장애 결혼식' 사업에 초대하기 위해 자녀들과 상의를 시작했다. 어머님의 기억이 조금이라도 더 온전할 때 의미 있고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은 자녀들과 안심센터의 마음을 함양문화원에 전달해 금혼식이 추진됐다.
안심센터는 이날 금혼식을 위해 한복을 대여하고 신랑 신부에게 화장을 해주는 등 끝가지 같이했다. 이날 함양문화원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한 가운데 자녀와 친지, 지인들의 축하 속에 아름다운 전통혼례를 주관했다. 강 어르신은 전통혼례로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안 어르신 부부는 “예전 어릴 적 혼례를 치르던 생각이 나서 새롭고 즐거웠다”며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 혼례를 다시 한번 치르니 쑥스럽기도 하지만 옛 생각도 나고 만감이 교차한다"라고 웃음 지어 보였다. 안 어르신 부부는 강 어르신의 인지장애로 기억을 점점 잃어 가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한 노년을 함께하고 있다.
함양문화원 정상기 원장은 "5월 가정의 달에 우리 가족들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추억을 선물할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오늘의 기쁨을 잊지 말고 즐겁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류영신 기자 ysryu@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