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발진 ‘원숭이두창’ 팬데믹 가능성은 낮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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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에 듣는 원인과 치료법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원숭이두창 감염사례가 잇따르면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원숭이두창 감염사례가 잇따르면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 2년여 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세에 접어드는가 싶었더니 ‘원숭이두창(monkeypox)’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감염병이 또 다른 글로벌 위협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천연두(두창)와 유사한 바이러스성 피부 수포성질환인 원숭이두창은 지난 6일 영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30일 현재 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 이스라엘 등 전 세계 36개국에서 524명이 감염되면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 병에 대한 보건위험단계를 중간단계인 2단계로 격상했다. 국내 유입이 시간문제라는 경고와 함께 일각에서는 ‘제2의 코로나’가 될 것이라는 잿빛 전망마저 나온다. 감염병 전문가인 동아대병원 감염내과 정동식 교수에게 원숭이두창의 원인과 증상, 대규모 확산 가능성 등에 대해 물어봤다.


두통·근육통에 수포성 발진

비말 등 직접 접촉 통해 감염

8세 미만, 중증 진행 위험성

천연두 비슷, 백신 접종 효과

코로나19보다 전파력은 약해


정동식 교수 정동식 교수

■감염되면 어떤 증상을 보이나

“열이 나고 춥고 떨리며 두통, 근육통과 함께 목 부위 종창(림프절부종)이 생길 수 있으며 얼굴을 중심으로 전신에 발진이 나타나고 특히 손에 수두와 비슷한 수포성 발진(물집, 고름 등)이 나타나면서 심한 가려움증에 시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 증상은 경미하여 2~4주간 증상이 지속되다가 자연 회복되는 경우가 많으나 일부 환자에서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최근 소아를 중심으로 치명률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실시간 유전자검사법(Realtime-PCR)으로 진단하며 현재는 질병관리청에서만 검사가 가능하다.”


■감염 경로와 전파력은?

“감염의 전파는 피부 병변부위나 체액, 호흡기 비말 및 침구와 같은 오염된 물질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주로 사람 간 전염이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3시간 이상 같이 있는 경우 다량의 비말(침)로도 감염이 될 수 있지만 주로 직접 접촉을 통한 감염이 주된 경로로 알려져 있다. 수두와 같이 직접 피부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것은 비슷하지만 수두는 공기전파가 되는 것에 반해 원숭이두창은 오랜 시간 밀폐된 공간에서 비말전파로 감염돼 전파력은 훨씬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와 비교해 치명률과 전파력은?

“코로나19의 경우 독감과 거의 비슷한 정도로 치명률이 0.13%정도로 보고가 되고 있다. 원숭이두창의 경우 1~10%정도의 치명률을 보인다고 문헌에 보고되었는데, WHO에서 최근 3~6% 내외 정도의 치명율을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중증·치명률이 코로나19보다는 높으나 전파 수준은 원숭이두창이 훨씬 낮다고 볼 수 있다.”


■기저 질환자나 고령층이 더 위험한가?

“코로나에서는 고령층이 아주 중요한 위험요소였으나 원숭이두창은 오히려 8세 미만의 소아에서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는 바이러스 질환이다. 동일하게 면역 저하자나 임신, 수유부 등이 고위험 환자로 중증 진행 위험이 있으며, 눈, 입, 성기 부위 감염이 심할 경우에는 항바이러스 치료를 해야 할 수 있다.”


■국내 유입 가능성은?

“최근 이례적인 유행의 발생 원인에 대한 정보가 아직은 뚜렷이 없는 상황으로 영국에서는 일부 동성애자를 중심으로 감염된 피부 접촉으로 발생이 되는 특징을 보인다. 해외여행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원숭이두창의 잠복기가 평균 6~13일, 최장으로는 21일로 길어서 국내 유입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보고 질병관리청에서는 이를 위한 선별조치와 확진검사 체계도 준비한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19처럼 많은 수의 감염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


■국내 확진자 발생 때 원활한 치료가 가능?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유전자의 크기가 코로나의 6배나 되기 때문에 분석하기도 어렵고 연구가 쉽지가 않다. 또한 이전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생되던 원숭이두창에 대한 연구 자료가 별로 없어 현재 발생하는 원숭이두창과 비교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원숭이두창은 사람 두창(천연두)과 비슷해 두창에 대한 항바이러스 약품을 통해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노출 4일 이내에 백신 접종을 통해 감염 예방 효과도 볼 수 있다.”


■치료제와 백신은 있나?

“원숭이두창은 전용 치료제는 없으나 미국FDA, 유럽EMA에서 승인된 항바이러스 치료제인 테코비리마트(Tecovirimat)를 사용할 수 있고, 그 외 몇 가지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할 수 있다. 백신으로는 사람 두창(천연두) 백신이 있는데 교차면역이 85%정도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부에서 생물학적 테러에 대비해 3500만 명분의 백신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코로나처럼 전 세계적 팬데믹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원숭이두창은 DNA바이러스로, 변이가 많은 RNA바이러스인 코로나19에 비해 변이 발생으로 전파력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서부·중부 아프리카에서 풍토병으로 발생하고 있는 원숭이두창은 직접 접촉이나 장기간 비말에 노출돼야 감염전파가 발생할 수 있어 현재로는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악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코로나 이후 신종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전 세계를 덮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는데?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자연이 파괴되어 그 동안 숲을 통해 경계가 지어져 있던 장벽이 무너지며 일정 지역에서만 생기는 풍토병으로 알려진 인수공통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교류를 타고 신종감염병으로 유행하고 있다. 에볼라, 사스, 코로나19, 원숭이두창 등이 그 예이며 향후 계속 신종 감염병이 인간을 위협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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