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대교 위 수상한 움직임 포착” 통영시 AI, 투신 시도자 구했다
“경고, 충무교 도천방향 위험 객체 인식. 경고”
지난 1일 밤 11시 17분 경남 통영시청 제2청사의 재난안전상황실.
요란한 경광등 소리와 함께 경고음이 울려 퍼지고 중앙 모니터에 CCTV 영상이 하나 확대됐다.
화면 좌측 상단에 정확한 CCTV 위치와 함께 거뭇한 사람의 형상에 붉은색 테두리의 박스가 표시된다.
이를 확인한 근무자는 곧장 경찰과 소방, 해경에 상황을 전파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육지와 바다에 구조인력을 배치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3분 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고 다리 난간을 붙잡고 섰던 행인을 설득, 순찰차에 태우면서 긴박했던 상황도 종료됐다.
인공지능(AI)이 또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구해낸 순간이었다.
통영시에 따르면 구조된 행인은 40대 여성 A 씨다.
A 씨는 충무대교를 한차례 배회한 후 현장을 떠났다가 20여 분이 지나 다시 돌아왔다.
그리곤 난간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등을 기대는 행동을 반복했다.
투신시도자가 보이는 행동 특성 중 하나인 ‘lean(린)’이었다.
통영시가 운영 중인 ‘CCTV 자살예방시스템’이 이를 정확하게 분석, 소리와 음성 그리고 영상과 텍스트(글)를 통해 경보를 울린 것이다.
이 시스템은 2021년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구축 때 도입한 인공지능이다.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딥러닝은 다양한 예시를 통해 학습하는 것을 AI가 수행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기법이다.
2016년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대결을 펼친 ‘알파고(AlphaGo)’가 딥러닝을 통해 탄생한 AI다.
작년 4월부터 충무대교·통영대교에 적용된 자살예방시스템은 사람의 기본행동 특성과 위험 행위자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살 의심 행동에 대한 패턴 학습을 진행해 왔다. 이를 토대로 영상 속 화면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한다.
최근에는 구글(Google)사에서 개발한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엔진인 ‘텐서플로(TensorFlow Model)’까지 적용해 분석 시간을 더 단축했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위험 상황을 인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스템 도입 이후 지금까지 70여 건이 넘는 위험경보가 발령됐다.
최근 한 달 사이 충무대교에서만 3차례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고 그때마다 AI가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효용성이 입증된 만큼 올해 사량면 사량대교에도 시스템을 추가할 예정이다.
통영시 안전총괄과 양화자 팀장은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와 자살자 가족들의 불행을 막을 수 있도록 융복합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시스템 고도화로 자살 예방에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