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말귀 어두워진 부모님… 심하면 인공와우 이식 고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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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4명·70대 3명당 1명 난청
치매 발병률도 최대 5배 치솟아
방치하면 삶의 질 저하·우울증
보청기 착용·수술 등 고려해야

동아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정성욱 교수가 난청환자에게 귀내시경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동아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정성욱 교수가 난청환자에게 귀내시경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지난 추석 명절 고향을 찾은 김 모(51) 씨는 팔순의 어머니가 부쩍 말귀가 어두워졌다는 것을 느꼈다. 통상적인 대화 내용을 바로 알아듣지 못하는 어머니를 위해 김 씨는 수시로 목소리 톤을 높여야 했고, 어머니가 며느리의 질문에 여러 번 엉뚱한 대답을 하는 바람에 혹시나 치매 전조 증상은 아닌지 걱정이 깊어졌다. 어머니는 최근 들어 휴대전화 벨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며, 벨 소리를 최대치로 한 휴대전화를 늘 곁에 두시는 등 생활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하셨다.


■65세 이후 청력 눈에 띄게 떨어져

난청은 여러 가지 이유로 말이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증상이다. 청력은 개인이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의 크기로, dBHL로 표현한다. 20세 청년 100명 중 50명은 들을 수 있으나, 50명이 듣지 못하는 소리의 크기를 0dBHL로 정했는데, 속삭이는 목소리 크기는 30dBHL, 통상의 대화 목소리는 60dBHL, 고함 소리는 90dBHL 정도다.

청력이 25dBHL 이내이면 정상 청력으로 간주한다. 25~40dBHL이면 경도 난청, 40~55dBHL이면 중등도 난청, 55~70dBHL이면 중등 고도 난청, 70~90dBHL이면 고도 난청, 90dBHL 이상이면 심도 난청으로 분류한다. 심도 난청은 사실상 청력을 잃은 상태로 본다.

선천적으로 귓바퀴와 귓구멍이 없이 태어나거나, 고막이나 이소골 손상으로 인한 난청은 수술로 회복할 수 있다. 반면 노화로 인해 귀속 달팽이관의 기능이 저하돼 발생하는 영구적인 감각신경성난청의 경우 달팽이관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사용해 소리를 들어야 한다.

청력은 30대 이후 서서히 퇴화가 시작돼 65세가 넘어서면 기능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노인성 난청은 65세가 되면 4명당 1명, 75세는 3명당 1명, 85세는 2명당 1명꼴로 발생하고, 95세가 되면 누구나 난청에 시달린다고 알려져 있다.

■자음 안 들리면서 말 변별력 저하

노인성 난청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본인과 가족 모두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성 난청의 초기 증상은 말소리 변별력의 저하다. 즉, 말은 들리는데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아듣지 못해서 되묻는 일이 더러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고주파수 영역의 난청이 먼저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말소리에는 저주파수(낮은 피치) 소리와 고주파수(높은 피치) 소리가 섞여 있는데, 모음에는 저주파수 성분이 많고 자음에는 고주파수 성분이 많다. 달팽이관에는 소리를 전기로 변환하는 유모세포가 4000개가량 있는데, 고주파수 소리 성분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유모세포가 노화에 특히 취약하다. 즉 고주파수 소리에 난청이 먼저 시작되면서 모음은 잘 들리지만 자음은 잘 들리지 않아 말소리의 선명도가 떨어지는 것이 초기 증상이다.

노화가 더욱 진행돼 모음을 분별하는 저주파수 소리도 잘 못 듣게 되면, 소리의 절대적인 크기마저 작아지는 본격적인 난청 단계로 들어선다.

난청을 방치하면 가족, 이웃과 소통에 어려움이 생기고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려 노인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매 발병률 역시 건청 노인과 비교해 중도 난청은 3배, 고도 난청은 5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동아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성욱 교수는 “중도 난청 이상, 즉 청력이 40dBHL 이상이 되면 대화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보청기 착용이 필요하다”며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60대 인구의 13%, 70대 이상 인구의 20%가 중도 이상의 난청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고도 난청 땐 인공와우 이식해야

노인성 난청은 양쪽 귀에 대칭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쪽 귀에 모두 난청이 있다면 양쪽 모두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한쪽 귀에만 보청기를 착용하면 거리에서 자동차가 경적을 울릴 때 어디서 차가 오는 지 파악하지 못해 위험할 수 있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모임에서 말을 알아듣기 어려운 불편이 생긴다.

보청기를 착용하면 청력은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만, 문제는 변별력이다. 변별력은 보청기 사용 기간에 비례해 꾸준히 향상되지만 정상에 이르기는 어렵다.

청력이 70dBHL이 넘는 고도 이상 감각신경성난청으로서 말 별변력이 100점 만점에 50점 이하면 인공와우이식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 60대 인구의 1%, 70대 인구의 2%, 80대 인구의 4%가 고도 이상의 난청을 가지고 있다.

인공와우이식은 귀 뒤 뼈(유양돌기)를 제거해 달팽이관을 노출하고, 달팽이관에 작은 구멍을 내 전극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주일 후에 어음처리기를 귀 뒤에 부착하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정성욱 교수는 “인체의 달팽이관은 4000개의 유모세포가 소리를 전기로 변환하는 반면, 인공와우는 제품에 따라 12~22개의 적은 수의 전극이 소리를 전기로 변환하기 때문에 인공와우로 듣는 말소리는 이전에 듣던 말소리와 차이가 있다”며 “외국어를 처음 배울 때처럼 꾸준한 말소리 듣기 훈련이 필요한데, 3~6개월 정도 훈련하면 일상적인 대화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휴대용 음향기기의 과다 사용과 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젊은 층에서도 난청 환자가 늘고 있다. 휴대용 음향기기의 최대 음량은 100dBHL을 상회하는데, 90dBHL 이상의 소음에 하루 8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유모세포가 손상돼 난청이 발생한다.

정 교수는 “휴대용 음향기기는 반드시 주변 소음이 없는 조용한 환경에서 최대 음량의 60%가 넘지 않도록 듣고, 1시간에 10분 정도는 기기를 꺼서 청각에 휴식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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