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갈과 침체 부산문단에 `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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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갈 및 침체의 혐의가 들씌워진 가문 들녘의 부산문단에 싱그러운 단비같은 4개의 문학상이 내렸다.

부산문단은 부러움으로 서로를 충격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가지게 됐다.

문학상을 받는 이는 시인 허만하,소설가 김곰치,시인 김참.송유미.

허만하 시인은 "상처""퇴래리의 토르소" 등 2개 작품으로 20일 대구시 대구문예회관에서 제14회 상화시인상을 수상했다.상화시인상선고위(위원장 구상)는 "시와 미술을 주제로 한 산문 또한 격조높은 허시인은 예리한 감수성을 적확한 시어로 표현해 주목받았다"고 선정경위를 밝혔다.

소설가 김곰치(29)는 최근 제4회 한겨레문학상(한겨레신문사 주최) 당선통보를 받았다.부산일보 신춘문예(95년)로 등단하고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4년여간의 고등 실업자 생활에 매듭 하나를 만든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그의 당선작은 원고지 1천8백여장의 장편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20대 중반의 아들은 어머니의 난치병으로 인해 서울에서 귀향한다.그는 갑작스런 이별.죽음의 예감 앞에 홀로 선다."인간은 결국 사멸하지만 그 사멸을 어떻게 이길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머니가 손수 끓여주신 뜨거운 "칼국수"를 콧물을 흘리며 먹다가 그 질문의 답에 이른다.그 칼국수에는 아들을 어머니와 연결시켜 주는 끈끈한 추억 기억 현재가 있고,그리하여 인간의 저버리지 못할 운명인 사멸마저 이겨낼 끈과 힘이 있다는 것이다.

상금으로 3천만원을 받는 가녀린 체격의 그는 "그 상금으로 10년을 버틸 생각"이라며 글쓰기의 의지를 다졌다.그의 당선작은 하반기에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시인 김참(26)은 "거울 속으로 들어가다" 외 4편으로 "제5회 현대시 동인상"을 수상한다.이 상은 현대시 동인이 매년 한차례 등단 5년 이내의 신인에게 주는 상.

현대시 동인은 김규태 김종해 오탁번 이승훈 정진규 허만하 등 한국시단의 중진 11명이다.그간의 수상자는 강연호.박상순.이대흠.연왕모 시인으로 부산 시인이 수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참은 "세기말 저녁의 불안 무의미 희망을 그로테스크 미학으로 그려 신선한 패기와 전위성이 돋보인다"는 심사평을 들었다.김참의 시는 난해하다."~한다"라는 묘사로 다소 건조한 느낌을 주지만,반복해 읽으면 그 건조함 속에 때로 서정의 샘마저 갖추고 있다.무의미시의 김춘수,형식 실험의 이상을 버무려 놓은 것같은 독후감을 주는데,더 정확히는 컬트적이라고 할까.김참은 "상상력을 이어가는 방식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을 아는데 그게 나의 숙제"라고 했다.시상식은 6월25일 서울 문예진흥원에서 열린다.

송유미 시인은 다가올 여름에 "다층 문학상"을 수상한다."다층 문학상"은 제주도에서 발간되는 시전문 계간지 "다층"이 계절마다 주는 상.그의 수상작 "유클리드 산보"연작은 아름다움 슬픔 그리움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최학림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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