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책] 헤르만 헤세의 인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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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아름다운 `동양 예찬론`

"가장 고약스러운 것은 (개신교와 가톨릭의)교회다.고요하고 우아한 야자나무 숲에서,어여쁜 말레이 골목에서,고상하게 단색으로 통일된 중국인 거리에서 서구의 문화적 무능력이나 설교하는 족보도 없는 영국식 고딕 교회를 바라본다는 것은 불결함과 고열 못지 않게 인도 여행에서 겪는 당혹스러움 중의 하나다.나도 유럽인으로서 책임감을 통감하기 때문이다."(1부 1장 <건축>중에서)

헤르만 헤세는 유럽을 혐오했던 모양이다.인용한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헤세는 최소한 제국주의의 첨병으로 활약했던 유럽의 교회와,유럽식 교회 건물과 아시아 풍경의 불일치를 싫어했다.

이런 정황을 오롯이 보여주는 책이 번역돼 나왔다."여행자로서의 헤세"를 보여주는 "인도여행"(푸른숲/1만5천원)이다.

헤세의 작품들,그러니까 "싯다르타"라든가 "유리알 유희"같은 책들 속에 녹아든 힌두교와 불교,유교와 도교의 분위기가 어디에서 유래했는지를 "인도 여행"은 가늠해 볼 수 있게 만든다.헤세는 "거칠고도 무례한 향락욕에 빠진 유럽"을 거의 증오했고,막연하게나마 동양의 어떤 아름다운 정신을 동경했던 것이다.

그러나 "인도 여행"이라는 제목에 걸맞지 않게 서른 네 살의 헤세는 인도 본토를 밟지는 않았다.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선교사로 포교 활동을 했고 어머니가 성장한 인도를 제대로 여행하며 "내면으로 향하는 길"을 찾아보고 싶어했으나,더위,형편없는 식사,열악한 위생 상태,건강,예상 밖으로 비싼 물가 같은 장애물 때문에 실론섬과 싱가포르를 포함한 말레이 반도,수마트라 등지를 여행했을 뿐이다.따라서 헤세의 "인도"는 차라리 오늘날의 인도와 동남아시아,중국과 일본을 포괄하는 지역에 해당되는 개념인 셈이다.

한편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다.실제로 여행을 하면서 쓴 지리적 여행기와 여행에서 돌아 온 후에 쓴 정신적 여행기이다.정신적 여행기인 2부 <여행 후의 기록들>은 명상을 통해 내면으로의 길을 가는 동방인들의 삶을 문학작품으로 승화시킨 내용과,인도의 바라문과 우파니샤드,부처의 설법,힌두교 등을 비롯해 중국의 지혜와 사상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다.

그리하여 헤세는 궁극적으로 종교들 간의 관용과 민족들 간의 상호 이해만이 실제적 평화를 이끌어올 수 있다는 인식에 도달한다.헤세의 "인도 여행"은 그렇게 마무리 된다. 이광우기자

leekw@p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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