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난 개인의 내면` 주목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성룡 부산 개인전 4일부터 동백아트센터

김성룡의 '6월목단꽃'.

김성룡의 그림에는 근현대사의 인물,떠도는 농민,알몸의 여인 등이 있다.개 소 고양이 따위도 보인다.그들은 한결같이 정면을 쏘아보고 있다.그림속 주인공의 눈을 통해 작가는 무얼 응시하는 걸까.

김성룡이 4일부터 2000년 1월2일까지 동백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연다.작가의 부산 개인전은 처음.근작 신작 40여점이 전시장에 나온다.

볼펜화가라는별명답게유성볼펜의 가는 선으로 찬찬히 채워나간 작품이중심을 이루고 2백호 크기의아크릴작품4점과사인펜연필등을활용한것도 선보인다.작가가 응시하는 곳은 상처인 듯하다.수난과 굴절의 근현대사나 한 개인의 내면 깊숙한 곳에 박혀 있는 창백한 기억 같은.

참수된 갑오농민의 머리와 풀잎을 배경으로 민영환을 부각시킨 "근대수난사 연작-민영환"처럼 지난 시절의 그림은 역사의 상처에 주목했다.90년대 중반 이후의 것들은 한 청년이 붉은 목단을 배경으로 바지를 풀어헤친 채 서 있거나(6월 목단꽃) 알몸의 여인이 꽃 낙엽 나무와 중첩되는 형상.시선이 상처난 개인의 내면으로 옮아 있다.

극사실의 화면은 피빛을 머금고 있거나 음울한 청색.그래서 그림은 불길한 악몽 같고 화면속 주인공들은 현실과 비현실을 떠도는 혼령 같다.작가는 "부정하고 싶은,그러나 떨쳐내지 못한" 역사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반문한 뒤 실체는 실체의 흔적일 뿐이라는 생각에 이른 듯하다.이런 자기부정은 자멸이 아니라 자기를 찾는 과정으로 읽힌다.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그림에 눈만은 살아 있고 그 눈의 응시는 무의 세계에서 다시 자기를 찾는 증거처럼 보인다.(744)1160. 박영경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