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부산 10대 사건사고]①부일외고 참사
수학여행길 10대 13명 희생, 유족.부상학생 후유증 여전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면서 맞이한 새밀레니엄의 첫해가 어느덧 저물고 있다. 올해도 여전히 인재로 인한 대형 참사와 연쇄 살인사건 등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사건사고가 잇따랐다.더욱이 IMF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경제한파가 밀려와 모두의 마음과 희망을 얼어 붙게 하고 있다.올해 부산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를 되짚어 그 문제점을 살피고 개선책을 알아본다.편집자주
부산 부일외국어고 독일어과 1학년 이모(16)양은 오늘도 오전 수업만 끝낸 뒤 곧바로 치료를 위해 고신의료원으로 향한다.
즐거운 수학여행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뜻하지 않은 사고로 친구들을 잃고 온몸에 화상을 입은 이양은 요즘도 밤이면 불길 속을 뛰쳐 나오는 친구들의 꿈을 꾸고 몸서리 치곤 한다.
지난 7월14일 오후 2시45분께 경북 김천시 봉산면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서울기점 215㎞ 지점에서 부산 부일외국어고 1학년 수학여행단을 태우고 달리던 부산 대륙관광 소속 관광버스 3대가 빗길에서 미끄러지며 앞서가던 승용차와 5t 트럭 등을 들이 받았다.사고 직후 승용차에서 불이 붙어 순식간에 학생들이 탄 관광버스를 덮치는 바람에 차량 7대가 모두 불에 타고 이를 피하려던 관광버스 1대는 15m 아래 낭떠러지로 추락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로 미처 불길을 헤치고 빠져나오지 못한 독일어과 남녀학생 13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고 이양 등 97명의 학생들이 다쳤다.
조사 결과 안전거리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빗길에서 과속을 하는 등 안전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관광버스 기사들의 과실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밝혀졌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안전불감증'이 다시 한번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또 부일외고는 교육당국의 소규모 및 근거리 체험학습 방침을 무시한 채 집단관광 형태의 장거리 수학여행을 하다 이같은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드러나 교육당국의 허술한 감독에 비판의 화살이 모아지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사고가 발생한 고속도로 구간을 6차로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으나 버스기사와 관광사 등 사고와 관련된 사람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수사 결과를 끝으로 이 참사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씩 잊혀져 갔다.
하지만 사고 당시 화상을 입었던 이양 등 2명의 학생들은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며 치료를 받고 있고,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지금도 흐느끼며 아픔을 달래고 있다.
이현우기자 hoo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