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행 - 시각적 사유' 김성룡 볼펜화 한자리에
15년작업 정리 40여점 선봬, 14일까지 해운대 동백아트센터
김성룡은 붓 대신 볼펜을 든다.실 한 가닥에도 미치지 못하는 볼펜선으로 형상을 만들어가는 쪽.
수천 수만의 볼펜선을 그은 다음에야 그림 한 점 얻을 수 있으니 그의 그림은 오랜 인내를 먹고사는 셈이다.휴지에 쉼없이 볼펜똥을 뱉어내야 하는 건 또하나의 고단함.
그가 해운대 달맞이언덕 동백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대작을 중심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쳐보이기는 이번이 세번째.전시는 14일까지 이어진다.
'만행―시각적 사유'라는 테마 아래 전시장에 내걸린 그림은 40여점.볼펜의 가느다란 선으로 빚어낸 것과 목판화 위에 색연필로 덧칠한 것들이다.몽환적인 분위기로 작가 특유의 상상력을 토해내는 작품들.
이번 전시는 15년여의 볼펜화 작업을 정리해보는 자리.볼펜화의 실험에 나섰던 80년대 중반에서 오늘에 이르는 그림들이 나오고 그것들은 화면의 주제와 형식이 어디서 어디로 옮겨왔는지를 보여준다.그림은 크게 두 갈래.한쪽은 역사의 상흔이나 암울한 현실을 담은 것들이고 다른 한쪽은 사춘기의 일탈행위나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성적 욕망,혹은 마성(魔性)적 본능 따위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전시장 1층으로 들어서면 목판화에 색연필로 덧칠한 그림들이 관객을 맞는다.목단을 배경으로 벌거벗은 여인과 사내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것들.
2층으로 올라가면 '사춘기'연작이 기다린다.사춘기 소년 소녀의 일탈을 담은 것들.화가는 삐딱한 자세로 관객을 노려보는 소년을 통해 사춘기의 '이유있는 반항'을 형상화하기도 하고 벌거벗은 소녀를 통해 사춘기의 성(性)적 고민을 표현하기도 한다.갇힌 욕망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들.
3층에선 역사와 현실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명성황후 유관순 민영환 등을 소재로 삼은 '한국근대수난사' 연작,벼랑 위에 선 사내나 욕망의 찌꺼기를 모아놓은 '주말'연작 외에 농촌의 고단한 삶이나 환경오염의 현실을 담은 것들도 나온다.051―744―1160. 박영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