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원여중 눈물의 졸업 '억척 어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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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딸 뒷바라지 끝내고 이제 중학교 졸업했어요'

'어머니학교'로 불리는 부산 금정구 금사동 예원여중에서 중학교 정규과정을 이수한 203명의 어머니들이 16일 영광의 졸업장을 받는다.

지난 99년 3월 설립된 예원여중은 생활고로 배움의 기회를 놓쳐버린 어머니들을 위해 중학교 정규과정을 2년(1년 3학기제)만에 마치는 정규학교.

이광질(65.부산 동래구 명장2동)씨는 그동안 힘들게 공부해온 과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복받친다.이씨는 6녀1남의 자식과 학교 서무과 직원이던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평생을 보냈다.

이씨는 딸들을 위해 하루에 열 다섯개의 도시락을 싸 보낸 시절이 있었다.6명의 딸은 모두 대학교육까지 마친 뒤 출가시켰고 막내아들(25)은 대학재학 중이다.

'처음엔 남편이 말리더군요.그 나이에 무슨 중학교냐고.그러나 억척같이 공부했어요.일곱 남매와 남편 뒷바라지에 지나간 세월을 보상받으려면 고등학교가 아니라 대학까지도 가야지요.'

이씨는 졸업과 동시에 또 2년 과정의 예원정보여고에 진학한다.남편(66)은 졸업식날 훈장과도 같은 근사한 꽃다발을 안겨줄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학교의 최고령 졸업생인 장구주(70) 할머니.부전시장에서 한약재 건재상으로 5남매를 모두 대학까지 졸업시킨 '억척 어멈'의 한 사람이다.

'국민학교 6학년 때 해방돼 혼란한 와중에 학교에 못 가봤어요.배운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지 몰랐어요.나이가 무슨 문제인가요,죽을 고생해가며 살아온 몸인데 공부는 식은 죽 먹기예요.'

이씨는 새벽 5시에 건재상에 나왔다가 8시 등교하고 교실청소가 끝난 오후 3시 건재상에 돌아와 일을 마무리하고 7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2년 동안 버티며 영광의 졸업장을 안는다.

이날 졸업장을 받는 이들은 20대 2명,30대 27명,40대 129명,50대 38명,60대 6명,70대 1명이다. 이상민기자 ye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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