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몽골을 가다] <2> 아내를 빌려주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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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적 性문화… 그것은 생존이었다

1천여마리의 가축을 기르는 유목민은 부자로 간주된다.TV, 재봉틀 등을 갖춘 남고비 사막의 한 겔의 내부.

시장경제로 전환한 1990년 이후 몽골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극심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대학 진학과 공직사회 진출의 급증 등 여성의 권위가 높아지는 한편으로 개방화에 편승한 일부 젊은 여성들의 성개방 붐 등은 그 변화상의 한 모습이다.

특히 일부 외국 관광객들이 지금도 '아내를 빌려준다'(과객혼)는 몽골에 대한 그릇된 소문을 확인하려는 통에 현지인들을 당황케 한다.전통적으로 개방적인 성문화가 존재하는 몽골 사회에서 '아내 빌려주기' 소문이 자칫 국가 이미지 실추로 나타나지 않을까 내심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칭기즈칸의 후예들은 '몽골인 아내를 외국인 남성에게 하룻밤 '빌려 주는'일은 과거 일각에 존재했는지 모르지만 오늘날은 어림도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한다.

영국 유학중 한국인 남성과 만나 결혼한 볼러마(34)씨는 '울란바토르 소재 일부 대학의 경우 남학생과 여학생의 비율이 2대8에 이를 정도로 몽골 여성의 지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며 '과객혼 운운하는 것은 잘못 알려진 몽골의 과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과객혼 주장의 근원지는 주로 열악한 자연환경을 지닌 고비사막 지역을 여행하던 사람들로부터 나왔을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

이 곳에서는 나그네가 겔에 하루라도 묵기라도 하면 그들에게 최고의 대접을 베푸는 것은 당연한 일.그들로부터 바깥 세상의 소식을 듣는 것은 현지인들로선 큰 기쁨이었을 것이다.

인적이 드문 만큼 남편을 잃은 과부가 재혼을 통해 자식을 퍼뜨린다는 것은 어렵다.가축을 돌봐야 하는 일손이 필요하고,집안살림 또한 간단한 일이 아니다.때문에 자손 번식과 생존을 위해선 지나가는 나그네와 잠자리를 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었다.이는 과객혼의 개념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

북쪽의 삼림지역에도 비슷한 풍습이 전해진다.이들은 주로 순록을 치며,이동생활을 하는 차아?이란 부족.가축을 치는 방법이나 종교 등의 생활일반에서 많은 차이를 갖고 있다.

다른 부족과 가장 구별이 되는 점은 족내혼.현재 이 부족은 오랜 기간 이뤄진 근친혼으로 인해 유전병이 만연,인구가 늘지 않고 고작 200여 가구만 생존해 있다는 것.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몽골전문가 신현덕씨는 '몽골인 부인과 외국인 남성간의 하룻밤 잠자리는 경험적으로 열성인자 발현 빈도가 많은 경우의 수를 피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면서 '이는 종족을 지켜내려는 눈물겨운 생존방법이었다'고 색다른 해석을 했다.과객혼은 상업주의에 빠진 일부 인사들이 지어냈거나 일본 사람들에 의해 왜곡된 이야기가 그대로 수용된 현상이란 것이 오늘날 몽골인들의 주장이다.

몽골의 이동식 전통가옥인 겔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이어져 온 철저한 '원룸'시스템.대나무와 양털 등을 주요 재료로 만든 겔에서의 성생활은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3대가 6평 안팎의 한 공간에서 거주하기도 한다.남고비 사막 홍골 솜(우리의 군에 해당)에서 가축을 기르는 얀지마 할머니(73)는 5명의 자식과 20명의 손자들이 2개의 겔에서 살고 있다.손자인 볼드 바타르(21)씨는 결혼할 나이가 지났지만 주변 겔에 결혼 적령기의 처녀가 없어 이른바 '노총각 신세'.

얀지마 할머니는 과객혼 주장에 '평생 그런 말은 처음 들었다'면서 '칭기즈칸 시대이후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와 쾌락을 위해 간음한 자는 법으로 엄히 다스려 왔다'고 전했다.

자유화.개방화의 물결은 몽골의 이 전통적인 자유스러운 성풍속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일정 기간 동안 동거생활을 거쳐 결혼식을 올리는 풍습 등의 영향으로 오늘날 이혼율은 80%에 이른다.여기에는 몽골의 독특한 교육제도도 한 몫을 했다.초.중.고등학교 구분없이 1학년에서 부터 10학년까지 10년 동안 같은 건물에서 교육을 받는다.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거치면서 일찌감치 성에 눈을 뜨는 몽골의 청소년들이다.

충남 온양 출신의 교민 이권구(43)씨는 '몽골에서 벌어지는 성개방 풍조는 일반적으로 개방 또는 개발초기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울란바토르=최봉진기자 choi7

사진=강선배기자 ksun@p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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