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마약도시' 부산 실태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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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파멸의 덫' 10대까지 무분별 확산

마약이 전국 곳곳에서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마약 문제의 한 가운데에는 '마약 도시'란 오명을 가진 부산이 자리잡고 있다. 특정인들의 약물중독 정도로 간주돼 왔던 마약문제가 어느새 우리 이웃의 문제로 다가오면서,히로뽕 대마초 엑스터시 등 각종 마약류 이름은 이미 우리 귀에 익숙하게 됐다. 특히 10대와 20대 사이에 신종 마약들이 집중적으로 퍼지면서 우리 사회가 병들고 있다는 우려감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 실태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 국가에서는 주로 코카인과 헤로인 관련 사범이 문제가 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히로뽕과 대마초 관련 사범이 주종을 이룬다.

특히 이가운데 히로뽕 사범이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히로뽕은 일제시대때 '대일본제약 주식회사'가 개발한 각성제의 이름. 일본은 당시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에게 이를 복용케 해 근로활동을 독려했다.

이후 60년대 들면서 일본의 폭력조직 야쿠자가 징용과정에서 히로뽕 제조기술을 배운 우리나라 기술자들과 연계해 부산 등지에서 히로뽕을 생산,다시 일본으로 밀반입하면서 부산이 히로뽕의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으며 80년대 후반부터는 유흥가를 중심으로 히로뽕 유통이 확산되면서 전국적으로 투약사범이 급증하게 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신종마약인 MDMA,YABA,엑스터시 등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퍼지고 있다.

이들 신종마약류들은 미국 유학생이나 외국인 강사,불법체류 동남아인들에 의해 밀반입돼 거래되면서 사용자들이 부쩍 늘고 있는 추세이다.

부산지검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동안 부산지역에서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모두 1천584명. 이들 가운데는 가정주부를 포함한 무직자가 전체의 55.6%로 가장 많았으나 학생(18.2%)과 일반 노동자(3.4%),회사원(2.6%),농·공·어업 종사자(1.6%)의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갈수록 여성들의 마약류 이용이 늘어나는 추세이고,마약류 투약층도 20대에 이어 최근에는 10대로도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마약류에 대한 수요층이 두텁다 보니 부산항을 통한 밀반입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한해동안 부산·경남 본부세관이 적발한 마약류는 모두 3천614억원어치에 이른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금액면에서 165배나 증가한 것으로 전체 밀수금액의 31%를 차지하는 규모이다.


# 문제점

우리나라의 경우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이 58%나 될 정도로 다른 범죄에 비해 매우 높다.

마약의 유혹에 빠진 사람은 사회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투약을 늘리게 되고,이후에는 투약자금 마련을 위해 밀매에 가담하게 되는 악순환의 양상을 보이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처벌에만 치중할 뿐 실질적인 효과가 높은 치료나 재활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부산 지역의 경우도 마약류 중독자 전문 치료보호기관으로 부산시립정신요양원과 부산시의료원이 지정돼 있지만 제기능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들 치료기관은 검찰과 경찰이 치료를 의뢰할 경우 심사를 통해 재활훈련 대상자로 판정해 입원,치료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99년 이후 이들 병원을 이용한 마약류 중독자는 해마다 겨우 50~70명선에 머물 정도다.

이는 이들 치료기관에 지원되는 예산이 1억2천여만원에 불과해 수많은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효율적인 치료보호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 더구나 치료기간도 1~3개월이어서 형식적인 치료에 머물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마약류 중독자는 적어도 6개월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초범에 대해서만 입원,치료가 가능해 누범자들이 치료를 받을 곳이 태부족한 실정이다.

교도소에서의 마약 사범 관리도 큰 문제이다.

단순 투약자마저 일단 교도소를 다녀오면 공급선은 물론 밀조·밀매수법등을 전수받아 출소 이후 더욱 깊숙하게 마약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국내 중국산 마약류의 50%이상을 공급해오다 적발된 김사장파 두목 김모씨의 경우도 마약전과가 없었지만 교도소에서 밀조수법을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부산지검에 검거된 정모씨의 경우도 지난 95년 교도소 수감 시절 만난 히로뽕 공급책들을 출소이후 다시 만나 함께 활동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교도소가 히로뽕 사범 양성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과언이 아닌 셈이다.


# 대책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강력한 단속도 중요하지만 효율적인 치료·재활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단순 투약자와 상습·중증 투약자들을 구분해 단순 투약자는 치료보호를 하는 한편 상습·중증 투약자는 치료감호시설로 수용해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도소에서의 마약사범에 대한 차별화된 교정대책도 시급하다.

이와 함께 가정을 비롯한 사회의 관심이나 지원도 절실하다.

지난 99년말 부산지검,부산시,한국마약퇴치운동 본부등이 참여해 발족한 '마약없는 부산추진위원회'의 활동으로 상당수 투약자들이 재활 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마약없는 부산 추진위원회'의 장정임 상담팀장은 '최근의 상담활동을 통해 마약 중독자인 가장이 가정의 도움에 힘입어 재활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며 '무엇보다도 가정을 비롯한 사회가 마약중독자를 기피만 하지않고 재활의지를 북돋아줄 수 있도록 의식을 전환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송대성기자 sds@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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