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아빠'김수정 늦깎이 대학생 됐다 인덕대 입학 만화·애니 전공
'컴퓨터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 대학교에 들어갔죠.'
국내 대표적 만화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아기공룡 둘리'의 만화가 김수정(사진 오른쪽). 쉰 셋의 나이에 '늦깎이' 대학생이 된 사연에서 디지털 시대에 사는 한 아날로그 작가의 '고충'이 느껴진다.
그가 입학한 곳은 인덕대(서울 노원구)의 시각디자인과 만화·애니메이션 전공. 지난 4일부터 하루 대여섯 시간씩 수업을 받고 있다. 수능을 거치진 않았지만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둘리나라)의 산업체 위탁교육생으로 '정식 입학'(?) 했다.
'아기공룡 둘리'로 만화와 애니에서 동시에 성공한 사업가로 알려져 있고 지난 2000년부터 2년간 한국만화가협회장을 지낸 그의 대변신에 만화계는 놀라는 분위기다.
이두호 이현세처럼 교수가 될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역(逆)행보'이기도 하고 그가 입학한 이 학교의 교수진 가운데 '달려라 하니'의 이진주,아동만화가 유강남 등 만화계의 후배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후배 교수님(?)들이 '오히려 내가 배워야 하는데'라며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입니다. 그러나 올 연말 '아기공룡 둘리' 탄생 20주년을 맞아 그 속편 격인 26부작 TV시리즈 애니를 꼭 제 손으로 제작하고 싶은데 후배에게 수업받는 게 뭐 문제가 되겠습니까.'
펜 작업은 눈 감고도 하는 실력이지만 그는 디지털시대의 대세를 거스를 순 없었던 것. '내 손으로 캐릭터 디자인을 하면서도 디지털 기기를 다루지 못하는 것이 답답해 여러 차례 시도를 했었죠. 대학에서 제대로 수업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경남 진주 출신인 그의 최종학력은 경상대 축산과 중퇴. 학업을 중단한 것도 직업만화가가 되려면 대학보다는 현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30여년이 지난 지금,그는 뜻밖에도 대학생이 됐다.
배동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