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인접 아파트 층수 제한
법원, 일조권 침해 이유 건립 제동 첫 판결
법원이 대규모 택지지구내에 건립중인 고층아파트에 대해 인근 초등학교의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층수를 낮춰야 한다'고 결정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택지지구내 공공시설인 초등학교의 교육환경권에 속하는 일조권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어서 향후 유사 택지지구의 초등학교 등 교육시설에 인접해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고층아파트 건립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이기중 부장판사)는 18일 부산광역시 교육감이 대림산업㈜과 쌍용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중지가처분 소송에서 부산 북구 화명동 화명택지지구내 건립중인 쌍용대림아파트 17개동 1천895세대 중 용수초등학교와 인접한 701동은 19층,711동은 20층을 초과해 건축하는 공사를 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4월 학교와 인접한 701동,710동,711동 등 3개동의 층수를 16층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을 취지로 한 공사중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었다.
이는 당초 701동은 22~25층,711동은 25~27층 계획으로 공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층수를 최소 3층에서 최대 6층까지 낮추라는 결정으로,법원이 인접 학교의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택지지구내 건립중인 아파트의 층수를 대폭 제한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특히 이 아파트는 지난 2001년 10월 사업승인을 받아 현재 분양이 완료된 상황이어서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일부 분양자들의 입주 차질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으로 건설업체측이 수십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감수해야 해 해당 건설사들이 이의신청 등 맞대응을 계획하고 있어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경대 산업과학기술연구소의 감정결과 문제의 701동과 711동이 계획대로 신축될 경우 인접한 용수초등학교에는 심각한 일조권 침해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며 '피해건물이 공공성이 강한 초등학교라는 점과 성장기 초등학생에 있어 교실수업뿐 아니라 운동장 체육활동이 중요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같은 일조권 침해는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수인할 정도를 넘어서는 것이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층수제한의 범위와 관련해 문제의 아파트는 이미 분양이 완료돼 학교에 일조권 침해가 없을 정도로 층수를 제한할 경우 건설사뿐 아니라 기존 분양자들의 피해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 현재 골조공사가 진행된 상태에서 제한하고 향후 일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별론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강윤경기자 kyk93@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