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잇단 '선대 친일행적'에 곤혹
과거사' 與 지도부 '과거' 에 발목
여권 지도부가 여권 핵심인사들을 겨냥한 언론매체의 무차별 '선대 친일의혹' 폭로로 인해 총체적 난관에 봉착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신기남 의장이 부친의 일본 헌병 복무 파문으로 최근 사퇴한 데 이어 당 상임중앙위원이자 국회 문광위원장인 이미경 의원마저 '부친 친일행적' 사실이 드러나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은 24일 발행된 시사주간지 시사저널 및 주간동아와 가진 인터뷰에서 '어머니와 고향 어른들로부터 부친(이봉권 전 관세사회 회장)이 일제시대 헌병에 차출돼 잠시 복무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부친의 친일전력 사실을 시인했다.
이 의원은 이어 '부친이 다섯살 때 가족과 함께 일본에 건너가 야간대학(관서전문대학)을 다녔는데,졸업할 때쯤 성적 우수자로 뽑혀 (일본)현지에서 헌병으로 차출돼 현지에서 복무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 전 의장이나 이 의원을 비롯한 여권 핵심인사들에 대한 무차별 '선대 친일의혹' 폭로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 내에서는 부친이 일제 강점기 때 면장을 지냈다는 A,부친이 일본유학을 다녀오고 부면장을 지냈다는 B,부친이 훈도(교사)를 지냈다는 C,가문이 막대한 부동산을 소유하며 일제에 협력했다는 D씨 등에 대한 추가폭로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A,B,C씨에 대해서는 일부 인터넷 매체와 주간지 등의 심층취재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당은 이 같은 친일의혹 폭로가 여당에만 집중되는 점에 주목하면서 최근 일련의 과정에 '배후'가 있을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여권 내에서는 친일진상 규명을 포함한 과거사 청산 작업이 총체적 난관에 부딪힌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 의원의 고백이 개인 차원의 고백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 의원은 25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같은 여권의 복잡한 기류를 의식,'친일진상 규명은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 다만 법 절차에 따라 신중하고 차분하게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족보 캐기식' 접근으로 본질이 변질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석 대변인은 '털 것은 털고 밝힐 것은 밝혀야 한다'면서도 '이 문제가 연좌제로 작용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권 지도부의 잇따른 '친일 고백'이 여권이 주도하는 과거사 청산 작업에 탄력을 줄지,아니면 제동을 걸지 관심이 모아진다.
여권 지도부는 '특정 개인이나 보복 차원이 아닌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친일진상 규명 등 과거사 청산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지만,여권 인사들의 잇따른 '선대 친일행적' 파문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송현수기자 songh@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