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하철 소음 실태]피해 정도 얼마나
TV 소리 높이다 핀잔 듣기 일쑤
"책을 볼 수가 없다","휴대폰 소리가 안 들린다","지하철을 내리면 귀가 멍멍해진다"…
부산지하철 2호선 개통과 동시에 끊이지 않는 승객들의 이같은 불만은 그들이 실제로 엄청난 소음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본보 취재결과 확인됐다.
부산지하철 2호선 전 구간의 평균 소음은 76.1㏈에 달한다. 70㏈은 말초 혈관에 수축 작용을 일으키고 집중력 및 청력에 악영향을 준다. 특히 일부 구간에서는 최대 90㏈을 초과하는 '굉음'수준의 소음까지 발생,승객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2호선을 이용해 출퇴근한다는 김모(44·부산 해운대구 좌동)씨는 "잠에서 깬지 얼마되지 않은 출·퇴근 시간이나 전날 과로한 경우 쇠를 깍는 듯한 소음이 귓속을 파고드는 듯한 느낌"이라면서 "낮시간에도 날카로운 소음으로 인해 대화가 중단되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지하철 소음의 최대 피해자는 전동차에서 하루 평균 5시간 가량을 보내는 기관사들. 평소 전화 통화때 목소리를 크게 내거나 TV 소리를 높이다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핀잔을 듣기 일쑤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지하철 소음에 익숙해져 있어 청력 손상 정도를 쉽게 체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취재팀이 지하철 2호선 기관실에 동승해 소음도를 측정한 결과 전체 38개 구간 중 17개 구간에서 80㏈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80㏈을 초과하는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에 청력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
김희은 부산교통공단노조 승무지부 호포지회장은 "동료 대부분이 실생활에 불편을 느끼면서도 막연하게 이상이 없을 것이라 여겨 그냥 넘기고 있다"면서 "청력에 대해 정기적으로 정밀검사를 받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