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광장] '히키코모리'의 특효약
/마쓰모토 미사토 일본인·신라대 일어교육과 강사
일본어에 '히키코모리'라는 말이 있다. '히키코모리'란 '어떤 장소에 틀어박히다'라는 뜻으로,사회나 타인을 피해 방안에 틀어박혀 밖에 나가지 않는 사람들을 말하며,한국말 '은둔형 외톨이' '방콕족'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히키코모리'는 심각한 사회문제로서 알려져 있고,후생성은 최근 전 인구의 1% 가량인 120만명의 '히키코모리'가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번 학기 일본문화 수업에서 학생들이 나름대로 잡은 주제에 관해 보고하는 활동을 했는데,어떤 학생들이 '히키코모리'에 관심을 갖고 서투른 일본어를 구사해 조사,발표했다.
11명의 일본인에게 인터뷰를 해 지금까지 '히키코모리'가 주변에 있었던 적이 있는지,또한 있었다면 그런 사람들에게 뭘 했는지 물어 본 결과,"있었다"고 대답한 5명 모두가 "특별한 일은 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 결과를 가지고 발표자인 학생은 "이것은 일본인의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고,듣고 있었던 학생들은 "이해가 된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질문은 계속되어 '히키코모리'를 내버려 둬도 되는지,자기 자식이 '히키코모리'가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생산 활동을 하지 않는 '히키코모리'가 증가하게 되면 사회에 끼치는 경제적인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며,무엇보다 '히키코모리' 본인이 심리적·신체적 상처를 얻게 되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일본 대학생은 한국 대학생에 비교해서 자취율이 높다. 혼자 살면서 먹는 것만 해결되면 외부와의 접촉을 가지지 않은 채 생활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내가 일본에서 학생 생활을 보내고 있을 때,'히키코모리'에 가까운 친구가 적지 않았었고 가끔은 나도 '이게 히키코모리인가?'하고 여길 때도 적지 않았다.
미성년자가 아니라면 부모나 교사,동료가 지나친 걱정으로 찾아오는 일도 없으며 굶어 죽지만 않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일도 아니다. 쉽게 '히키코모리'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일본사회이다. 그러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또한 자신을 지키기 위해,보다 성장하기 위해,일시적으로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혼자 있을 필요가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히키코모리'를 그만두게만 할 것이 아니라 왜 '히키코모리'하게 되었는지,왜 '히키코모리'가 증가하고 있는지를 사회 전체가 생각해 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부산에 있으면 고맙게도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내 생활을 간섭한다. "밥은?""어디 가?""누구랑?""왜 한국에?""결혼은?" 등등. "좀 내버려 둬!"라고 외치고 싶어질 때도 있는 반면,실은 그러한 가차없는 간섭,강력한 간섭으로 인해 외국 생활을 '히키코모리' 할 일 없이 해 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최근에 친구가 일을 그만뒀다. 인간관계가 원인이라고 하는데,마지막으로 연락이 온 지 꽤 시간이 지나갔는데도 연락이 없다. 들은 이야기로는 아무래도 '히키코모리'하고 있는 것 같다. '히키코모리'에는 부산이 딱인데…. 그 친구를 위해서 지금 부산에서 일을 구하고 있는 중이다. '히키코모리'의 특효약,그것은 바로 부산생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