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광대' 버스터 키튼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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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부산 2006년 첫 기획전

꼭 40년 전인 1966년 1월,무성 영화계의 위대한 광대가 타계했다. 고도로 계산된 카메라 연출과 아크로바틱 묘기로 1920년대를 풍미한 거장. 웃음과 페이소스 생산에 주력한 성실한 개그 노동자. 서른 셋 이른 나이에 영화사에서 쫓겨나 말년 20여년간 최저생계비로 연명해야 했던 불운한 예술가….

시네마테크 부산이 2006년 첫 기획영화제 주인공으로 미국 배우·감독인 버스터 키튼을 선정했다. 국내 대중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초기 영화사에서 그는 새로운 장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된다. 합당하게도 영화감독 피터 잭슨은 "내게 스승이 있다면,그것은 버스터 키튼의 영화"라고 말했고,영화감독 이명세는 "영화를 영화로 찍는 5명 감독 중 한 명이 버스터 키튼이다"라고 헌사를 바쳤다.

무성 흑백 코미디라 했을 때 우리가 조건반사적으로 떠올리는 이름은 찰리 채플린이다. 그러나 채플린과 키튼의 작품 세계는 반대 노선이었다. 채플린이 코믹한 얼굴 표정을 표현 수단으로 삼아 휴머니즘적인 감상을 전했다면,키튼은 부지런히 몸을 놀리는 아크로바틱 액션 개그로 전능한 기계와 동화될 수 밖에 없는 차가운 패러독스를 증명했다. 키튼은 "찰리의 방랑자는 부랑자의 철학을 갖고 있다. 반면 내 인물은 노동자이며 정직한 사람이다"라고 둘의 캐릭터를 비교하기도 했다.

이번 '버스터 키튼 특별전'에 소개될 32편 상영작의 관람 포인트 역시 '육체 노동의 미덕'과 '정교한 물리학의 법칙'에 있다. 대표작인 '제너럴'에서는 북군이 훔쳐간 증기기관차를 되찾기 위해 아찔한 추격전을 벌이고,'손님 접대법'에서는 폭포에서 위험한 구조 작업을 벌인다. 또 폭풍우에 무너지는 집에서 재빨리 탈출하는 액션을 선보이기도 하고('스팀보트 빌 주니어'),조립식 이동가옥에서 매일 새로운 재난을 겪는 신혼부부로 진땀 빼기도 한다('일주일').

이와 함께 특별전에서는 '버스터 키튼에 대한 다큐멘터리'(1968년)도 상영되며,11일 오후 6시 시네마테크 부산에서는 '한국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이 '버스터 키튼의 영화세계' 무료 특별강연을 한다. 낮 12시~오후 8시 매 2시간마다 상영(월 휴관). 일반 4천원,회원 3천원. cinema.piff.org,051-742-5377. 임깁실기자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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