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주민과 만나는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
/신재국 인제의대 약물유전체연구센터장
미국 뉴욕 맨해튼 동쪽 콜드스프링하버에 있는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에서 개최된 약물유전체학 학술모임에 다녀왔다. 생명공학 연구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콜드스프링하버와 영국의 대표적인 웰컴트러스 학술집담회가 공동 주최하고,영국의 Sanger 연구소와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가 교대로 주관해 매년 열리는 학술모임은 이번이 4번째다. 이 분야를 대표하는 전 세계 전문가들이 학술집담회에 모인다.
이번 모임에서 필자는 약물유전체연구의 최신지견을 소개하는 연자로 초청받았다. 인제대 약물유전체연구센터의 최신 연구결과 소개 및 특히 한국의 약물유전체연구 현황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약물유전체 연구 분야에서 한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적지 않은 연구업적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의 약물유전체 연구기반을 지속적으로 구축해 오고 있는 터여서,이 분야의 세계적 선도자들로부터 연구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2008년에는 부산 벡스코에서 약물유전체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된다고 소개했는데,지난 2004년 부산에서 개최돼 성공적으로 끝난 1회 국제심포지엄을 기억하는 전문가들은 2008년 심포지엄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 필자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비영리 사립연구기관이다. DNA 구조 발견을 통해 노벨상을 받은 유명한 과학자 제임스 왓슨 박사가 1968년부터 연구소장으로 연구소의 발전을 주도해 왔다. 현재도 왓슨 박사는 WSBS(Watson School of Biological Science)의 학장으로서 이 분야의 젊은 선도과학자를 양성하고 있다. 매년 전 세계에서 8~10명의 신입생만을 받아서 집중적으로 교육하기 때문에 젊은 생명관련 학도들이 선망하는 학교로 유명하다. 이미 연구소에서 7명의 학자가 노벨상을 받았고,방문연구를 수행한 학자들 중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85명이라는 통계는 연구소의 위상을 말해 준다. 현재는 330명의 연구진을 포함해서 9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주로 기초 암연구,신경과학,생물정보학,및 식물유전학을 연구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분자유전학 연구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학회에서 특히 감명을 받은 것은 학술집담회 마지막 토요일 저녁 집담회가 있었던 강당에서 개최된 작은 음악회였다. 단순히 학술집담회에 참석한 연구자들을 위한 위로 공연으로 생각하고 연주회장으로 향했으나 그곳에 참석한 수많은 지역 주민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연주회는 그곳에 참석한 학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의 인근 주민들을 위해 매주 개최하는 연주회였던 것이다.
참석한 주민들의 얼굴에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주에서 느끼는 감동 외에 유명한 연구소가 그 지역에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또한 연구소의 발전에 함께 동참하고 있다는 즐거움도 가득 차 있는 듯해서 부럽기도 하고 한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이 연구소의 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약 45%는 재단에 참여하는 기업과 개인 기부자들이 부담하고 있는데,지역의 경제적 여유가 있는 독지가들 대부분이 재단에 기부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순간 최근 삼성과 현대에서 사회에 기부한 거액의 기부금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 기부금이 사용되어야 할 곳이 너무도 많겠지만,혹시 이중의 일부가 이러한 연구소를 설립하는데 사용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이러한 연구소가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가 위치하는 곳만큼이나 아름다운 전경과 여건을 가지고 있는 부산 근교의 바닷가에 설립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무엇보다 부산 시민들이 연구소 설립을 주도하고,연구소가 있음으로서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되고,연구소는 지역 주민들과 현재와 미래를 공유하는 열린 공간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역 주민들이 꿈을 공유한다면 언제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도 같이 커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