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기자 도하통신] 문화 충돌… 비치발리볼과 이슬람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3일 오후 6시(한국시간 4일 오전 0시) 카타르 도하 '더 스포츠 시티' 종합경기장에 설치된 임시 비치발리볼 경기장. 중국과 말레이시아의 여자부 예선 경기가 열을 뿜고 있다. 현란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늘씬한(?) 여자 선수들이 신나게 모래위를 달린다.

하지만 이날 1천500석의 관중석을 갖춘 경기장에는 양 팀 관계자 20여명을 제외하고는 관중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비키니 차림의 여자 선수들 뒷모습을 쳐다보느라 유럽에서는 인기 종목인 비치발리볼이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푸대접을 받고 있는 셈.

카타르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비치발리볼이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에서 문화충돌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슬람의 기준으로는 '사실상 벌거벗은' 여자들이 남자들 앞에서 희한한 자세로 공을 때리고 받는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올해 대회 여자 비치발리볼 경기에 이슬람 16개 국가 가운데 이라크만이 참가신청을 한 사실은 이를 잘 입증한다.

가끔 비치발리볼 경기장에 하얀색 전통의상을 입고 나타나는 카타르 남자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은 아내와 아이들을 집에 내버려두고 혼자나 친구들과 같이 모습을 나타낸다. 아내나 딸이 이 경기를 보고 따라할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경기장에서 만난 마흐무드씨는 "카타르에서 이런 여자들의 모습을 볼 수는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미쳤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비치발리볼을 금지할 수는 없다. 올해 대회를 마친 뒤 오는 2016년 올림픽을 유치할 계획을 갖고 있는 카타르로서는 스포츠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라라는 오명을 쓸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카타르는 물론 중동에서 차도르를 온 몸에 두른 여성들이 비키니 차림의 여자 선수들이 펼치는 비치발리볼 경기장에 구경꾼으로 나서는 날이 올 지 기대된다. leo@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