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중기대출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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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용경색·자금이탈로 12월 들어 돈줄죄기 본격화

지난해 11월까지 급증했던 주요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이 12월을 기점으로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는 은행들이 지난해 11~12월 신규 및 대환대출 중단 등으로 중기대출을 직접적으로 억제했고 연말을 맞아 업체들이 마이너스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계절적인 요인까지 겹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지난해말 현재 178조9천139억원으로 11월말에 비해 9천66억원이 줄었다.

이들 은행의 중기대출은 매달 증가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1~11월 무려 38조1천999억원 급증했고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인한 글로벌 신용경색이 심화된 10월(4조1천277억원)과 11월(5조7천288억원)에도 급증세를 이어갔었다.

하지만 예금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탈하는 '머니무브'가 지속되고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외화조달까지 어려워지면서 대출 재원이 부족해지자 은행들이 대출에 급제동을 건 것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연말까지 신규 중기대출을 중단했고 농협은 12월부터 다른 은행에서 농협으로 중기대출을 옮기는 대환대출을 금지하는 등 대부분 은행들이 중기대출을 억제했다.

문제는 이같은 중기대출 '돈줄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7일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1999년 이후 9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 중기대출 억제가 강도 높게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된 바젤Ⅱ 협약으로 업체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금리·한도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영세 중소기업의 대출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연말효과'로 일정 부분 중기대출이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은행권의 대출억제책이 직접적인 요인이 된 것 같다"며 "실제로 대출재원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정희기자 lj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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