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퍼스트레이디
/ 백태현 논설위원
한 국가의 퍼스트레이디는 통치자 못지 않게 국민들의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존재다. 내조형이 있는가 하면 적극적인 자기성취형도 있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바바라 여사가 현모양처의 내조형이었다면 현재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힐러리 상원의원은 영부인시절부터 전형적인 자기 성취형이었다. 은막의 스타에서 한 나라의 안주인이 된 신데렐라형으로는 '에비타'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아르헨티나의 에바 페론을 들 수 있다. '세기의 사랑'으로 지중해의 소국 모나코의 왕비가 된 할리우드 스타 그레이스 켈리도 전 세계 여성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경우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특이한 경력의 퍼스트레이디가 탄생해 눈길을 끈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과 염문을 뿌려온 모델 출신의 이탈리아계 가수 카를라 브루니가 그 주인공.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분방한 밀애를 즐겨온 두 사람이 지난 2일 만난 지 3개월여 만에 초스피드로 결혼식을 가져 브루니가 퍼스트레이디의 자리에 올랐다. 외교상 의전과 사르코지 대통령 지지율 급락 등의 현실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아무래도 퍼스트레이디의 정상적인 역할과 활동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우리나라에도 벌써 여러 명의 퍼스트레이디들이 배출됐다. 이들 중에는 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이도 있고 구설에 오른 경우도 있다. 조선의 마지막 국모 명성황후 민비는 뮤지컬 등 예술작품을 통해 아직도 국민들 가슴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청와대 내의 야당'이라고 불리며 기품 있는 내조로 국민들의 신망을 받았던 육영수 여사도 결코 잊을 수 없는 퍼스트레이디다. 그런가 하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거나 각종 로비설에 연루돼 오점을 남긴 퍼스트레이디도 더러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어떤 스타일의 퍼스트레이디가 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hyun@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