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세상에 대한 풍자
조해훈 시인 '공산당' 출간…자화상 직접 그려
'떠듬떠듬/ 어눌한 내가 공산당이란다// 말 많으면 공산당이란다/ 언변 없는 탓에 입는 상처가 얼마나 많은지// 아무래도 세상에 말이 너무 넘쳐나는 갑다/ 나를 도매금으로 넘기니// 말 한번 시원하게 해봤으면/ 공산당, 그 말 기분 좋겠다' (조해훈의 '공산당' 전문).
조해훈 시인이 새 시집을 냈다. '공산당'(푸른별·사진).
시인이 그린 표지화는 그의 자화상. 흰 이를 드러낸 커다란 입이 두 개나 그려져 있다. 말이 넘쳐나는 세상을 풍자한 거다. 시인 스스로를 단속하자는 의미를 담았을 테고.
언로가 막혀있던 어두웠던 시절, 말이 많으면 공산당이라 손가락질하곤 했다. 시인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 말도 어눌하다. 그런 시인에게 공산당이란 딱지가 붙었으니, 억울하지 않았을까? 시집 후기엔 그의 시 이력을 치부처럼 드러냈다. 80년대 초반 문학잡지를 군대에 들여왔다고, 빨갱이라며 죽도록 얻어맞았던 기억을 아프도록 길게 적어 내려갔다.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이데올로기의 잔재. 서정시도 이념시로 읽었던 시절의 기억이다.
말 많은 세상에 그가 말 건네는 대상은 삼십년 넘게 살았던 남천동 아파트의 벚나무들. 재개발이 되면 뽑혀나갈 게 뻔한 나무들이다. '이 아파트에 우리랑 영원히 살아요/ 어찌나 간절하게 이야기를 하던지/ 나도 오랫동안 여기 살고 싶지만/ 근데 나는 돈이 없어 어찌될지 모르겠다/ 그러지 않아도 요즘 그런 걱정 많아서인지/ 한숨 쉬듯 말하자/ 갑자기 녀석 그 큰 덩치를 들먹이며 엉엉 울어대니/ 온 가지, 잎에서 우박 떨어지듯 두두두둑 빗방울이/ 한참이나 떨어졌다'('내가 왜 나무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중에서)
꽃비가 떨어진다. 꽃비를 맞으며 나무와 아픔을 나누는 그가 '공산당'이란다.
이상헌 기자 tt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