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요리대회 군경부문 금상 수상 독도함 조리장 이정일 상사
'뱃멀미 사병 위해 매끼마다 숭늉 제공'
'밥, 시금치된장국, 삼치무조림, 돼지고기제육볶음, 상추, 김치.' 2008년 4월 30일 독도함의 점심 식단이다.
"건강한 국방력은 급식에서 시작됩니다." 우리 해군의 1만8천t급 대형수송함인 독도함(함장 박성배)의 조리장을 맡고 있는 이정일(42) 상사는 340여 승조원의 급식을 총괄 지휘하는 것에 대해 책임감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23년 전 '조리 특기' 부사관으로 해군에 입대한 이 상사는 지금까지 광개토대왕함 등 6척의 함정과 육상에서 조리 업무를 담당해 왔다. "조리 특기는 해군에만 있습니다." 타군의 취사병에 해당하는 조리병을 해군에서는 별도로 뽑는다. "입대 당시에는 한식 자격증만 있었는데 지금은 한·중·일·양식 자격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그가 이끄는 독도함 조리부에는 30명의 조리병이 근무한다.
"파도를 탈 줄 알아야 합니다." 조리병은 부임 후 3~6개월의 적응기를 거쳐야 식칼을 잡을 수 있다고 이 상사가 말했다. "흔들리는 배에서 취사를 하기 때문에 항상 안전에 신경을 씁니다." 또 배에서는 화재의 위험을 막기 위해 가스 대신 전기를 사용한다. "250인용 솥이 9개가 있습니다. 이렇게 대용량 전기 취사기가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많은 시민들이 '해군은 회를 많이 먹지 않을까' 하고 상상하시는데 오히려 통조림 등 장기 보존이 가능한 식품의 비율이 타군보다 높습니다." 일단 함정이 출항하면 식량의 추가 보급이 어렵기 때문에 식품의 보관에 최대한 신경을 쓴다고 이 상사는 설명했다. "그래서 쌀을 보관하는 주식고와 고기용 냉동고, 유제품용 낙농고, 야채고 등 냉동·냉장시설을 완벽하게 구비하고 있습니다."
"해상활동 때문에 타군에 비해 에너지 소모량은 상대적으로 큽니다." 그래서 해군에만 추가로 생겨난 것이 '증식비'다. 다른 군과 해군 급식의 또 다른 차이점은 바로 1일 4식. "저녁 8시 전후로 국수, 닭죽, 라면 등의 야식을 추가로 배식합니다."
"신병들의 경우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상사는 매끼 뱃멀미를 하는 사병을 위해 누룽지를 끓인 숭늉을 국통 옆에 놓아둔다. "뱃멀미를 할수록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말한 그는 식사 때 식당에 나타난 승조원 수가 부족하다 싶으면 선실마다 다니며 누워 있는 사병들을 끌고 나온다. "아직 독도함에서 경험한 적은 없지만 파고가 8m넘으면 취사가 거의 어려워집니다." 그럴 때는 건빵이나 전투식량이 급식을 대체한다.
'아시아 최대 수송함'이라는 명성 때문에 독도함에는 방문객이 많다. 어린이부터 대통령까지 약 16만명의 방문객이 이 상사가 이끄는 조리부의 음식을 맛봤다. "지난 1월 독도함 선상 해맞이 때에는 2천500명의 시민들에게 떡국을 대접한 적도 있습니다."
최근 이 상사는 사령부, 강감찬함, 최영함, 천지함 조리병들과 팀을 구성해 해군작전사 대표로 '한국국제요리경연대회 2008'에 참여해 군경요리경연 부문 전 종목 금메달을 석권했다. "규정요리와 창작 찬요리 종목에 영양굴밥과 건빵카나페 등 10여가지 요리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군의 대표 간식인 건빵으로 만든 건빵카나페는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신세대 사병들은 확실히 생선보다는 고기를 좋아합니다." 조리부의 최대 고민은 사병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건강에 좋은 음식의 균형 맞추기. 1달에 1번 공식적으로 희망 급식에 대한 의견을 접수하는 것 이외에도 이 상사는 시간이 나는 대로 사병들에게 뭐가 먹고 싶은지 물어본다. "독도함의 초대 조리장으로 급식 체계를 갖추고 싶습니다. 최후의 목표는 '고향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맛'으로 해군의 전투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오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