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명연설
"미흡한 나의 표현이 완전히 실패는 아니었다고 생각해 주시니 기쁩니다." 그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을 한 얼마 뒤 링컨은 찬사의 편지를 받고는 이렇게 겸양의 답장을 썼다. "지금으로부터 87년 전 우리의 선조들은 이 대륙에서 자유 속에 잉태되고 만인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명제에 봉헌된 새로운 나라를 탄생시켰습니다"라고 시작되는 이 연설은 불과 272단어로 구성됐다. 그는 이 짧은 연설을 통해 민주주의와 통합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 남북전쟁에 큰 상처를 받고 있던 미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272단어의 비밀/게리 윌스 지음)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공포"라며 대공항기에 국민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은 루스벨트의 취임 연설, 처칠의 나치 침략에 대한 전쟁 독려사,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지 물어라"며 젊은이들의 헌신을 촉구한 케네디의 취임 연설, "I have a dream"으로 시작되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4대 명연설'의 핵심 키워드는 희망과 용기 그리고 통합이었다.
지난 주 버락 오바마의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이 "케네디 이후 가장 훌륭한 정치 연설"이라고 미 정치평론가들의 극찬을 받고 있다고 한다. 공화당원들도 한번 들으면 지지자로 돌아서게 만든다는 천부적인 웅변 능력이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후보를 탄생시켰지만, 그의 연설 키워드 역시 희망과 꿈, 변화와 통합이다. 그리고 그는 "Yes, we can.(그래, 우린 할 수 있어)라고 외친다.
조지 오웰은 '정치는 결국 언어 놀음'이라고 설파했으나, 때론 한편의 정치연설이 국민을 감동시키고 세상을 움직이기도 한다. 이런 연설을 듣지 못하고 사는 국민들은 불행한지도 모른다. 언제쯤이면 우리의 정치판에서도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연설을 들을 수 있을까.
김상식 논설위원 kisas@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