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론 분열시킨 수도권 규제 완화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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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은 한마디로 '지방 죽이기'라는 게 비수도권의 일치된 인식이다. 수도권 첨단 25개 업종 입지 규제가 해제되면 부산·울산·경남 등 동남권에서만 관련 업계 종사자가 2만3천여명이나 줄어들고 생산액이 20조원이나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내놓았던 '선(先) 지역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 완화' 약속을 글로벌 경제위기를 틈타 헌신짝처럼 내던진 것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선 지방발전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있다.

지방 사람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부산지역 93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어제 대정부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오늘 오전엔 허남식 부산시장과 시민단체, 분권운동단체,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연대 및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또 국회 차원에서는 오는 6일 '수도권 규제철폐 반대 의원 비상모임'이 발족하고, 22일에는 지역출신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이 참여하는 지역균형발전협의체가 1만명이 참석하는 국민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한다. 호남과 충청권 의원들이 많은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들도 반발하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 지도부도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엇갈린 입장 때문에 내홍을 겪고 있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실물경기 침체 조짐에 다급해진 정부가 서둘러 발표한 설익은 정책이다. 이 때문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대립하고, 여당과 야당이 다투며, 여당 내부에서도 갈등을 겪고 있다. 국론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황폐화된 지방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나와 실효를 거둘 때까지 수도권 규제 완화는 철회되거나 보류돼야만 한다. 정부가 지방은 방치한 채 수도권만 껴안아서는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침묵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참담한 지방의 실상을 제대로 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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