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은 섬뜩한 후진 양성 중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경찰 '광안칠성파' 두목 등 2명 구속… '예비조폭' 9명 보호자 인계

부산지역 대표적 폭력조직인 '칠성파'가 자신들의 세력 확장을 위해 고교생과 재수생 등 10대들을 조직원으로 끌어들여 '예비 조폭'으로 양성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같은 예비 조폭 양성이 최근 경찰의 단속 강화에 따른 조폭들의 계보 노출로 조직활동에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폭력조직 전반에 걸쳐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2일 광안리 지역을 기반으로 세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고교생 4명과 재수생 5명 등 9명을 조직원으로 영입하고 인근 주점을 상대로 보호비 등을 갈취한 혐의(폭력행위 등)로 '광안칠성파' 폭력배 18명을 붙잡아 두목인 강모(36)씨등 2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16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또 예비 조폭으로 가입해 조직 생활을 익혀온 부산지역 모고교 3학년인 김모(17)군과 재수생 박모(18)군 등 9명을 불입건, 보호자 인계 조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 등은 지난 2007년 4월 광안리 일대를 관리하던 칠성파 중간 간부인 공모씨가 사망하자 지부형태인 광안칠성파를 결성, 지난해 7월부터 1년여간 광안동 소재 H주점 등 5개소를 대상으로 30차례에 걸쳐 2천300만원 상당의 주대와 보호비를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광안칠성파는 이 과정에서 타지역 조직원들의 진출에 위협을 느끼게 됐고, 조직의 세력 보강을 위해 김군 등 부산지역 고등학생과 재수생 중 싸움을 잘하는 이른바 '짱'출신 9명을 조직원으로 영입했다.

강씨 등은 10대들을 조직원으로 가입시키기 위해 학교와 학원 앞에서 '월 100만원 수입, 고급 양복 제공' 등의 문구가 적힌 명함을 다량으로 배포, 이를 믿고 찾아오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 등은 싸이월드에 '한번 형님은 영원한 형님이다'는 등 24개 항의 행동강령을 올려 조직에 가입한 김군 등에게 외우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횟집 등에서 단합대회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이들은 조직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밑바닥 생활부터 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박군 등에게 붕어빵 장사를 시켜 300만원 상당의 수익금을 갈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기심에 발을 디딘 조폭 세계에서 10대들이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해 중순 조직원에 가입한 이모(18)군 등 고교생 2명은 지난 1월 조직생활을 견디다 못해 탈퇴의사를 밝혔다가 야구방망이로 40대씩의 '줄빠따'를 맞은 뒤 가까스로 조직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흥우 광역수사대장은 "10대들을 끌어들인 이 같은 예비 조폭 양성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배움터 지킴이' 등 학교폭력 예방기관과 공조해 수사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진 기자 jin92@busanilbo.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