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용 '다빈치 로봇' 이젠 위암 시술도 'OK'
동아대병원, 지난해 말부터 11월까지 30례 성공
위암 환자는 전 세계 여러 나라 중 우리나라에서 유독 많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10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7년 한국인의 사망원인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암(27.6%)으로 이 중 위암으로 인한 사망은 인구 10만명당 21.5명으로 폐암(29.1명), 간암(22.7명)에 이어 세 번째를 차지했다. 남자의 경우 폐암(42.8명), 간암(34.1명)에 이어 세 번째(27.9명)였지만, 여성은 폐암(15.2명)에 이어 두 번째(15.0명)로 높았다.
암질환 중에서도 흔한 만큼 위암에 대한 수술에 대해서는 표준적인 시술법이 정해져 있다. 위암 수술의 방법은 전통적인 개복 수술과 10년 전쯤부터 시작된 복강경(내시경) 수술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술용 로봇인 다빈치 로봇이 도입되면서 위암 시술에서도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 처음으로 다빈치 로봇을 도입한 동아대병원은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위암 시술에서도 연세대세브란스 병원을 제외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모두 30례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 주목을 받고 있다.
·수술 중 출혈 평균 30㏄ 불과
로봇 수술은 전립선암, 식도암 등 수술에서 이미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위암 시술에서도 로봇 수술의 장점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위암 환자들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복부의 적은 절개와 출혈, 이로 인한 짧은 입원 기간이 매력적이다.
동아대병원 외과 김민찬 교수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동아대병원에서 시술된 위암 수술 중에서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16건, 복강경 11건 및 개복 수술 12건 등 39건의 사례를 비교 연구한 결과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
수술 중 출혈을 보면 개복 수술의 경우 평균 79㏄, 복강경 수술은 평균 45㏄인 반면 다빈치 로봇 수술은 평균 30㏄에 불과했다. 수술 이후 입원 기간 역시 개복 수술 6.7일, 복강경 6.5일이었지만 로봇 수술은 5.1일로 가장 짧았다. 수술을 한 이후 합병증 발생도 거의 없었으며 무엇보다 위암 수술에서 핵심적인 림프절 절제에서도 기존 수술에 비해 조금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로봇 수술과 다른 시술법에 대한 이 같은 전향적 비교 연구는 지금까지는 국내는 물론 다른 외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라며 "다빈치 로봇 수술은 집도의 입장에서도 입체 영상을 통한 넓은 시야 확보, 인체의 손보다 훨씬 큰 전방위적인 활동 반경과 편안한 수술 자세 등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최고 2∼3㎝ 복부 등 5곳 절개
위암의 시술법은 아직까지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동아대병원의 경우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수술은 전체 위암 수술 중 10% 안팎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더 나은 기구 개발과 숙련도가 향상되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봇 수술은 기본적으로 위 부분 절제 및 전체 절제 등이 모두 가능하다. 복부 절개의 정도는 개복의 경우 20㎝, 복강경 5∼6㎝이다. 반면 로봇 수술은 배꼽 부위 1곳에 가장 큰 2∼3㎝, 가슴과 옆구리 등 4곳에 각각 7㎜ 안팎만 절개해 기존 시술법보다 훨씬 적다.
절개 부위가 적기 때문에 수술 이후 장유착 등의 가능성도 크지 않다.
여성의 경우에는 배꼽 대신 수영복 착용 등 미용을 고려해 비키니 라인과 접하는 곳에 2∼3㎝를 절개하기도 한다.
·비용 비싸고 수술 시간 다소 길어
로봇 수술은 통증 완화, 입원 기간, 피부 절개 등에서 유리한 점이 많지만 아직 비보험으로 인해 다른 시술법에 비해 비용은 약 배 이상 비싸다. 보통 순수하게 환자가 지출하는 비용은 로봇 수술은 약 1천100만∼1천200만원가량으로 개복 수술 약 400만∼500만원, 복강경 수술 약 650만∼700만원에 비해 비싸다.
수술 시간도 복잡한 기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약 4시간 정도가 걸린다. 개복 수술은 약 2∼3시간, 복강경 수술은 약 3∼4시간 정도.
이와 함께 로봇 수술은 아직 1, 2기의 전반기 위암에만 주로 시술되고 있다. 3, 4기의 중증 위암의 경우에는 개복 수술이 여전히 원칙이다.
3, 4기 수술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는 없지만 로봇 수술 장비의 도입이 초기여서 아직 5년 이상 생존율에 대한 연구 결과나 임상 사례의 축적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3기 이상에서도 시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심폐 기능의 심한 기능 저하로 인해 장시간의 마취를 견딜 수 없는 환자도 로봇 시술을 받기가 어렵다.
곽명섭 기자 kms01@busanilbo.com
도움말=동아대병원 외과 김민찬 교수
# 로봇 수술 도입후 시술 85례 전립선암서 자궁암까지 다양
지난해 말 수도권 지역 외에 처음으로 수술용 다빈치 로봇을 도입한 동아대병원은 지난달 말까지 이를 이용해 모두 85건의 수술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수술 분야도 도입 초기의 전립선암 중심에서 식도암, 위암, 자궁암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수술 85건 중에서는 전립선 절제술이 46건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외과의 위암 절제술이 30건으로 다음을 차지했으며, 신우(오줌이 일시적으로 모이는 곳으로 신장의 가장 안쪽 부분)성형술 4건이었다.
아직까지는 적은 경우이지만 흉부외과의 식도암과 심방중격 절제술 그리고 산부인과에서 자궁절제술이 각각 1건 등으로 집계됐다. 곽명섭 기자